힐 방한…북핵해법 입장차 확인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하며 그렇게 되도록 지켜볼 것이다”(힐 차관보)

“제재가 효과적이려면 퇴로를 열어주고 핵포기시 얻을 혜택을 북한이 이해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정부 고위 당국자)

미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11~12일 방한을 통해 재확인된 한미 양국의 북핵문제 해법은 12일 힐 차관보와 정부 고위 당국자의 위와 같은 언급으로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틀로서 6자회담의 문을 열어두되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박할 때라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면 우리는 압박만 시도할 경우 북한을 극단의 선택으로 내 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속해서 북한을 달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포기 의지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면서 북한이 회담복귀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까지 압박의 전압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힐 차관보를 통해 분명히 한 반면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이 더 많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힐 차관보에게 밝힌 셈이다.

이처럼 미묘한 입장 차가 존재하지만 미국이 최근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간 ‘차이’가 14일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충돌’이 아닌 ‘절충’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 한미 북핵 접근방식 차이 재확인 =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힐 차관보의 방한과 관련해 가진 비공식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포기 의지에 대한 미측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해서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내에 북한이 핵포기를 할 전략적 결단을 내렸느냐에 대한 회의와 의문이 높아지고 있음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동결시점부터 받게될 중유가 연간 2억달러 어치에 이르고 핵폐기시 우리가 제공할 전력이 연간 10억달러 상당인데 이 것들을 마카오 계좌에 동결된 2천400만달러를 찾기 위해 포기한다면 과연 이 나라가 핵포기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데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듯 힐 차관보는 11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만찬회동이 끝난 뒤 “북한으로부터 핵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심각한 제안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그들은 9.19 공동성명 이행의지를 보여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 채택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를 곧 실행하고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결의문 이행을 촉구하는 쪽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미국의 대북제재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와 내용의 문제”라며 미국의 대북제재 발동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정부는 힐 차관보와의 이번 접촉에서 제재에 상응하는 대화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양자,다자 대화를 통해 북한에 개입함으로써 북한의 핵포기 공약이 얼마나 진지한 지를 확인해야 하며 핵포기 공약 이행을 위해 미국도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상응하는 ‘자본 ’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미정상회담에서 ‘입장차’ 좁혀질까 = 북핵해법에 대한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14일 열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다소나마 좁혀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정부 소식통은 “노 대통령은 북한이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하다 보면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이 ‘융통성 발휘’를 당부할 경우 부시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로 봐서는 공감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만약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전향적인 반응을 비친다면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18~28일 6자회담 참가국들의 외교장관 등이 뉴욕에 모이는 유엔 총회 기조연설 기간 북한도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에 앞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대화의 ‘분위기’ 를 조성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실제로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미 양자대화에 대해 다소 유연해진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말의 기대를 품게 한다.

미국은 6자회담의 틀안에서만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았지만 ‘6자회담의 틀’을 넓게 해석, 북한의 회담복귀 의사가 확인되면 회담 개시전에도 만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미국은 힐 차관보의 5~11일 방중을 계기로 북한과 양자접촉을 하자는 제의를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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