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방북 키워드는 `포괄적 해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21~22일 방북 `키워드’는 단연 `포괄적 해결’이었다.

힐 차관보는 22일 방북 일정을 마친 뒤 평양을 떠나면서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그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북측도 `포괄적 해결’을 강조했다. 2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문답을 통해 “(힐 차관보와의) 문제 토의는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북.미가 이번 협의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내 놓은 반응에 `포괄적’이란 표현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22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의 `포괄적’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은 비핵화에 관심을 두고 협의를 진행한 것 같고 북한은 당연히 북미관계 정상화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에 나온 `포괄적’이라는 말이 결국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틀에서 각각 가장 중시하는 분야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에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나란히 명문화돼 있었지만 그 선후관계를 놓고 북.미는 `동상이몽’해왔다.

미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이뤄져야 북.미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 속에 선(先)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반면 북측은 적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관계정상화가 비핵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결국 힐 차관보 방북에서 양측이 약속이나 한 듯 `포괄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둘의 선후를 따지기 보다는 비슷한 시간대에 두 트랙을 매듭짓는다는 큰 그림 속에 `행동 대 행동’으로 나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주된 이유로 삼고있는 북.미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작업과 비핵화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해법인 셈이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으로 규정해온 북한이 BDA 해결 직후 힐 차관보를 불러 `포괄적 해법’을 논의한 것 자체가 적지않은 것을 시사한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동원해가며 BDA 문제를 해결한 것을 보면서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측의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한 북한이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곧 지난 해 말부터 미측에서 나오고 있는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비핵화 및 북.미 수교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북한이 비로소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가 이 같은 포괄적 해결에 뜻을 같이 한 것이 향후 비핵화를 가속화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 단계별로 북한에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 등이 제공되겠지만 물질적 혜택 이상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속화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연내 달성을 목표로 하는 `불능화’도 북미관계 정상화의 중간 단계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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