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방북 앞두고 맹렬한 `사전탐색’

다음달 3일 방북을 앞두고 있는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사전탐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힐 차관보는 30일 오후 조병제 외교부 북미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전날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그가 다시 외교부를 찾은 것은 아무래도 방북 일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비핵화 2단계의 한 축인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제대로 이행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조치가 병렬적으로 이행되느냐, 아니면 신고의 고비를 넘지 못해 6자회담이 다시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드느냐의 기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6자회담의 향방을 가를 중대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 막판까지 방북 준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외교부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국장은 지난 27∼2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외교부 대표로 참석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남북국방장관회담에 나선 북측의 인사들은 그야말로 북한측 군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힐 차관보는 이번 방북 기간에 협상 파트너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뿐 아니라 북한 군부 인사들과의 면담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선군정치의 사회인 북한을 지탱하는 군부 인사들과 직접 만나 비핵화에 대한 저항 등을 직접 느끼고 돌파하겠다는 ’협상가’로서의 승부사 근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힐 차관보는 그동안 각종 강연과 기자회견 등에서 비핵화를 통한 북한의 국제사회 연착륙에 대해 북 내부에서 반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조 국장을 만나는 것은 가장 최근에 북한 군부인사와 접촉한 한국의 고위 외교관을 통해 ’이심전심’으로 대응 전략을 숙의하거나 적어도 북한 군부의 성향 등을 파악하는 기회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번 방북에 거는 힐 차관보의 기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힐 차관보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만났다. 이 면담도 힐 차관보가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북한의 실세며, 현재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상대하는 인사다. 북한 권부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매우 좋은 기회인 셈이다.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의 최근 행보는 그가 얼마나 이번 방북에 많은 신경을 쓰는 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면서 “미국의회는 물론 행정부내의 그에 대한 견제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힐 차관보의 의도에 호응할 지 여부가 6자회담은 물론 힐 차관보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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