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방북 때 강석주 왜 안나왔을까?

▲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연합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5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미 부시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임에도 북한의 대미정책을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눈길을 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힐 차관보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과 출발 과정에 외신의 취재를 허용하는 등 격식을 갖춰 환대했음에도 강 제1부상과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힐 차관보가 서울을 출발할 때만 하더라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은 낮지만 강 제1부상은 만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단 북한은 실무적 성격이 강한 힐 차관보의 방문에 외무성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나서는 모습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6자회담의 북측 상대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 등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최근 새로 임명된 박의춘 외무상을 예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방북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김계관 부상과 주로 핵문제 및 북미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을 면담했었다.

따라서 강 제1부상이 힐 차관보의 방북 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리어 강 제1부상이 힐 차관보를 만나지 않은 것이 이번에 북미간 협의가 비교적 잘 진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지난 2002년 10월 켈리 차관보의 평양 방문 때, 켈리 차관보는 김계관 부상에게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집중 추궁하면서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이에 강 제1부상이 김 부상의 바통을 이어받아 켈리 차관보를 만나 사실상 HEU를 시인하고 그것보다 더 한 것도 가질 수 있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것이 제2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다.

일각에선 강 제1부상의 건강 이상 때문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석주 제1부상은 안과질환과 관절염 등으로 러시아를 비롯해 국내외 병원을 드나들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무상에 내정됐으나 건강문제를 내세워 고사를 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북한이 힐 차관보의 방북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강 제1부상과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무산된 것도 신병 문제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강 제1부상은 지난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연관람에도 동행했었던 만큼 와병으로 힐과 만남이 무산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이번 방문은 김계관 부상과 2.13 이행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실무적 성격이 강했다”며 “강 제1부상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이번 방문을 막후에서 지휘했을 것인 만큼 협상 자체에 그의 생각과 판단이 모두 담겼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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