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대표, 北 핵실험 징후 속 中방문 관심 증폭

▲ 25일 힐 차관보와 회동하고 있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북핵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부터 북한에 핵실험 준비 징후가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23일 한국을 찾은 힐 차관보는 24일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비공식적으로 만나 북핵 외교전에 시동을 걸었다. 힐 차관보는 26일과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과 일본을 각각 방문하고 28일 다시 한국을 방문해 2박 3일간 머무를 예정이다.

송 차관보는 하루 전 힐 차관보와의 만남에 대해 “(힐 차관보와)북한 상황과 한미관계에 대해 주로 애기했다”고 25일 밝혀 최근 북한의 영변 5MW 원자로 가동중단과 핵 실험 징후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영변 5MW 원자로 중단이 미국 위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경위를 힐 차관보가 설명하고, 송 차관보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화가 오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양국 수석대표 간 협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대한 양국 입장이 표명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한미협의에서 회담 재개방안 논의에 비중이 80%가량 실렸다면 오늘은 대북 압박 논의의 비중이 50%에 이른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강경 조치에 따른 주변국의 대응이 압박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 시사된 것.

송 차관보는 이날 오전 “우리와의 협의도 있지만 힐 차관보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며 일련의 협의 과정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힐 차관보는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과 이종석(李鍾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연쇄 접촉한다.

향후 북한 행보에 주목

이번 힐 차관보의 동북아 방문에서 가장 주목되는 시점은 26일 중국 방문. 힐 차관보는 지난 한 달간 북한과 중국 사이에 진행된 물밑 접촉 내용을 중국으로부터 전달받고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중국과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도 이번 힐 차관보의 방문이 ‘북한의 행보를 파악하기 위한 것’에 맞추어져 있다고 언급, 중국과 고위급 외교 접촉을 통해 북한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한 노력이 우선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끈 북핵 정책라인의 중국 방문 이후에도 강 부상과 중국 고위 인사들 간의 접촉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힐 차관보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또한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관련 미국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4일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과 현재 공식, 비공식적으로 일련의 외교적 개입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역할론이 아직 유효하다는 데 부시 대통령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인사차 방문한 홍석현 주미 대사에게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대북 강경론 제기

또 한편으로 힐 차관보의 방문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워싱턴의 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시점에서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3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해 북핵문제가 계속 표류한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미국은 대북 강경책을 사용하기 전에 중국이 경제∙외교적 압박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을 중국측에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핵 양산과 핵 물질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핵실험 징후까지 포착되자 미국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안보리 회부를 포함한 대북 강경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핵 해결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중국에 대한 대북 압력 강화 요청 ▲핵과 미사일 수출 감시 및 저지를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강화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중국 역할 다시 한번 강조할 듯

반면, 미국은 중국이 빠진 대북 제재가 효과는 없고 외교적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다 전략적인 중국 껴안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완전한 고립 속에서도 독자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일 중심의 안보리 회부를 통한 제재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체제 보장 후원국인 중국을 전략적으로 껴안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6자회담의 실무 대표 차원보다는 비공식적인 안보 정책 라인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힐 차관보의 이번 동북아 방문은 북한의 향후 핵 행보를 가늠하면서 미국이 향후 정책 결정에 주요한 소스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과 핵 실험 징후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이 회담 참가국에 전달되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관련국들의 검토가 돌입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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