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대북협상처럼 힘겨운 협상 없어”

9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수요정책간담회에서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대사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미 국무부내의 탁월한 외교 협상가로 인정받고 있는 힐 대사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협상처럼 힘겨운 협상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힐 대사는 “작년 8월 14일 주한대사로 임명되기 전에도 나는 여러 협상에 임했었다”며 코소보와 보스니아에서의 각종 분쟁 협상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힐 대사는 “핵확산 문제는 우리의 세계 어젠다 핵심사항 중 하나”라며 “핵확산이 한국에 어떤 의미일 지 한국도 우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서 남북한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힐 대사는 “한국인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북한과 특별한 관계라 생각한다”며 이산가족 등 남북관계의 독특성을 언급한 뒤 “나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정서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미국인도 모든 한국인이 느끼는 정서를 갖고 북핵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얼마전 한 방송사의 해외거주 한국인에 대한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그 분들과 얘기하면서 한국인이 정말 여러 대륙에서 성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한국인이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곳이 북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유해야만 하는 어떤 군사적 문제도 북한에 가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어떤 의사도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인권은 모든 국가가 다뤄야 할 문제이며 북한만을 예외로 둘 수 없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조건과 명분으로 내세운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국무장관의 ‘폭정의 종식’ 발언 등에 대한 사죄와 취소 요구와 관련, 그는 지금은북한이 핵무기 개발이냐 경제재건이냐 하는 근본적인 선택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시점임을 상기시킨 뒤 “특정한 발언에 연연해 그 것만 바라보며 해명이 있어야 나오겠다는 것은 북한이 근본결정을 내리는데서 취할 행동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지적해 북한이 이 발언을 더는 문제삼지 말고 큰 틀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유럽은 2차대전 이후 국가재건 뿐 아니라 유럽연합 등 각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커넥션을 만드는 등 근본적 선택, 즉 여러 구조적 제도와 기관을 확립했다”며 “아시아에서도 이 같은 역동적 기운이 돌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국가가 여러 비극 상황을 겪었지만 세계적인 경제를 일군 한국”이라고 한국을 추켜세웠다.

힐 대사는 특히 6자회담을 북핵 문제의 해결의 장으로서 뿐 아니라 관련국간의 관계개선은 물론 이 지역에서의 다자적인 제도로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여가가 나면 관련 책과 배경을 살피면서 공부하지만 10년전 활동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고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 지 감도 안잡힌다“면서도 ”그런 질문을 10년뒤 누군가에게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해 북핵 협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일간의 최근 독도 문제 등이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묻는 질문에 ”나는 사학자가 아니라 단순한 협상가일 뿐이지만 역사를 존중할 줄은 안다“고 답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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