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대북조정관 내정…6자회담에 영향있나

미국 정부가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차기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등이 관심을 모은다.

임명절차를 마치면 힐 차관보는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북정책조정관을 겸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조정관은 ▲안보와 인권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벽한 범부처간 재검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타 안보문제에 대한 대북 협상정책 방향 제시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의 지도력 제공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날개단 힐 차관보..회담 동력 살릴까 = 힐 차관보 본인이 대북정책조정관 직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진 점에서 현재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 중국 등 관련국들과 함께 조율작업을 진행 중인 힐 차관보가 ‘날개’를 달게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 특사인 대북정책조정관 직을 맡게 된 힐 차관보는 앞으로 북측에 ‘내 말을 믿으라’고 할만한 권위를 부여받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8~29일 베이징에서 중국 중재로 열린 북미 회동에서도 힐 차관보는 자신이 북한에 던진 초기 핵폐기 조치 관련 제안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누차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전에 국무부 훈령에 어긋남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던 힐 차관보였지만 대북협상 방향을 제시하는 조정관을 겸임하게 된 만큼 앞으로 상향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일부 생기게 된 점도 의미있어 보인다.

힐 차관보의 방북 문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당장은 힐 차관보의 방북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차기 회담이 열리기 전 방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일단 북이 회담에 복귀하기로 한 만큼 힐 차관보가 평양에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회담 전개과정에서 힐 차관보가 신뢰구축 차원에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북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6자회담 수석대표 신분만 가진 현 상황보다는 대북정책조정관 직함을 갖고 방북하는 것이 명분도 살고 국내 반발도 없앨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정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게 된다면 그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조정관 내정 배경은 = 미국이 6자회담 실무자에게 조정관을 맡김으로써 북한과의 양자 대화는 별도 트랙없이 6자회담 틀 안에서만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행정부 밖의 다른 중량급 인사를 임명한다면 미국이 6자회담과는 별도의 양자 트랙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 거론됐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나 짐 리치 하원 동아태 소위원장 등이 조정관을 맡아 방북 등을 통해 북한과 접촉면을 넓힌다면 6자회담 밖에서 또 하나의 북미 양자 대화 채널이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힐 차관보를 택한 것은 6자회담의 틀을 넘어서 북한과 양자대화를 갖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힐 차관보가 협상파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 행정부 현직 관리라는 측면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새로운 시각에서 정책제안을 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 국방장관 출신인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힐 차관보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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