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대북정책조정관 내정…北 어떻게 볼까

미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대북정책조정관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북한의 평가가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은 힐 차관보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왔다.

신보수주의 세력이 부시 행정부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힐 차관보 정도가 그나마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작년 11월 제5차 6자회담 이후에 평양 직접방문을 추진하기도 했고 9월에는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를 북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6.17면담에서 힐 차관보를 미국의 협상파로 높이 평가하면서 직접 만나 대화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힐 차관보에게도 북한에는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단 1명의 외교관만이 존재한다는 논리로 방북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금융제재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올해 6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힐 차관보의 방북을 초청했던 것도 이같은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는 미국 부시 행정부 내에서 그나마 북한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북한도 힐 차관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된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의 조정관 내정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상황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힐 차관보가 그동안 부시 행정부 내에서 무기력함을 보여왔기 때문에 좀더 정치적인 입지를 가진 인물을 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입장을 잘 알고 협상에 임했음에도 그동안 본국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을 위시한 네오콘의 강경대북정책을 누그러뜨리는데 실패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를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전환에 반영시킬 수 있는 거물급 인물을 원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직 관료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조정관은 여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는 물론이고 의회를 설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며 “부시 행정부의 전반적인 대북정책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힐 차관보의 역량이 이같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현 행정부의 관료를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한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현재의 대북정책을 손질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과연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여기에다 힐 차관보는 이미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상파라는 점에서 힐 차관보가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된다면 북한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적 위상이 약하고 부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아쉬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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