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내일 방한..’북핵 조율’ 가능성 주목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다음달 1일 서울에 온다.

다음날 출범하는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에는 힐 차관보의 ‘사부’로 알려졌으며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국무장관으로 유력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미국 대사(아시아소사이어티 본부회장)도 참석한다.

하지만 북핵 외교가의 시선은 온통 북한 핵문제에 쏠려있다.

지난 13일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회담이후 핵 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양측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힐 차관보가 다음달 4일까지 체류하는 동안 북한측이 모종의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특히 제네바 회담에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핵 프로그램 신고의 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 ‘거의 합의된 문안’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적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고위소식통은 31일 “제네바 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거의 모든 내용에 합의를 했으며 문구 표현 한가지를 놓고 상부의 지침을 받는 상황이었다”면서 “김계관 부상이 평양과 연락한 뒤 합의를 발표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합의한 방안은 핵심의혹에 대해 미국의 관심을 기술하고 북한측이 이를 ‘반박하지 않는’ 내용에 가깝다고 전했다.

간접시인 방안은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는 내용을 핵 신고서에 명시하고 북한은 이를 ‘반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일단 이 방안에 대해 북한측이 ‘합의 직전’까지 가는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 매우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협의한대로 핵 신고서를 의장국 중국에 제출하는 시점에 맞춰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첫 절차인 의회통보 등을 하기 위해 의회 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미국내 강경파들의 동향을 점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3주가 다 되도록 힐 차관보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반박하지 않는다’는 표현에 북한의 군부 등 내부 강경세력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뉴욕 채널을 통해 ‘반박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맥을 달리하는 ‘다른 표현’을 제시했으나 이는 미국의 요구수준과 큰 거리가 있어 미국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재 북.미 양측은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문구 표현’을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국면으로 보인다.

외교전문가들은 지난 2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UEP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도 미국의 조바심을 자극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이 담화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국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보려고 우기면서 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경우 힐 차관보의 노력은 다시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존 볼턴 전 유엔대사 등 대표적인 미국내 매파 인사들은 ‘북한은 핵포기를 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 임기가 다할 때까지 연극을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북한이 다시 현재 진행중인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는 등 추가행동을 하게 될 경우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힐 차관보가 그토록 공을 들여온 북핵 협상, 나아가 6자회담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북한측에 ‘최후 통첩’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어차피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부시 행정부의 임기를 감안할 때 내용있는 협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힐 차관보가 김계관에게 ‘현실인식과 결단의 시급성’을 다시한번 재촉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교소식통은 “미국내부는 물론 일본과 한국내 일부 세력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힐 차관보가 기사회생하려면 북한의 호응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북한이 끝내 시간끌기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라고 분석한 뒤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닐 것이며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또 놓치게 될 경우 북한 체제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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