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美, 북한정권 붕괴 의도 없어”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우려하고 후계자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의도는 없다고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6일 강조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4개국 순방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힐 차관보는,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기간 북한의 후계문제를 언급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장관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 가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보면 내부적으로 뭔가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지,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지만 후계 문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또 스티븐 보즈워스 신임 대북특사가 내주 초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방문해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는 노력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어느 시점에는 북한에 갈 것”이라면서도 이번 순방 기간에 방북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힐 차관보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서 “한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들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는 것은 이웃을 만들려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노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클린턴 장관이 방한 당시 밝혔듯이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뜻이 없다”며 “지금은 한국과의 양자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다질 때”라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서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핵폐기 약속은 물론 영변 냉각탑 폭파라는 `이벤트’까지 얻어 낸 힐 차관보는 그러나 비핵화 2단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북핵 해결사의 지휘봉을 내려 놓게 됐으며 이날 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협상 속도를 늦추는 `모멘텀 킬러’였다. 농구로 말하자면 공격제한시간 24초 룰을 지키지 않는 것 같다”.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 행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베이비 스텝(아기걸음)’과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3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강연에서도 같은 표현을 쓰며 북한 측에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국무부 후임자 등 미국 정부엔 “북한과의 협상에는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충고한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