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9일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6자 수석대표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러시아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조만간 개최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며 “의장국인 중국이 수석대표 회담 개최가 가능한지 타진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당초 북한의 신고서가 접수된 뒤 6자가 모두 모이는 회담을 개최한다는 방침이었다.
힐 차관보가 언급한 비공식 수석대표회담이 조만간 열릴 경우 북핵 검증 문제와 핵 신고에 따른 관련국 상응조치 등 2단계 마무리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핵화 3단계인 북핵폐기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 신고서 제출 전에 열리는 수석대표회담은 전날 힐 차관보가 “2~3주 내에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에 앞서 검증을 위한 기술 전문가 그룹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 시기가 6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핵 신고서 제출이 6월 중순 이후로 늦어지면 8월까지 핵 폐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올해 내에 북한의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도 달성되기 어렵다.
힐 차관보도 “올해 말까지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그것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회동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갈 때 갖고 갈 전체적인 시간표를 얻어가기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발표할 수 있는 시간표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6자회담 재개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6월 말(G8 외무장관 회담)과 7월 초(G8 정상회담)에 걸쳐 굵직한 외교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6자회담 재개는 자칫 7월 중순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비공식 6자 수석대표회담을 핵 신고 전 개최해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기술 회의는 미국과 북한 인사들로 구성되지만 시간과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6월 초에 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북 간에 주로 이뤄질 기술적 협의는 북한이 신고할 핵 프로그램의 검증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과의 추가 협의를 위해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거나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다시 회동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향한 힐 차관보는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과 회동하며, 러시아를 방문 중인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