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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 북한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 의혹과 관련해 미북 양국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제네바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방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과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까지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과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계속 협의하고 있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서로 만족스러울 정도로 풀려야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양국이 문제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 익명의 한국 및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미국측에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우라늄을 정제한 적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은 2차 북핵 위기의 시발점이었다. 2002년 미국의 제임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은 처음에 강하게 반발했으나 곧바로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전 세계로 핵기술을 유출시켜온 파키스탄 핵무기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북한에 판매한 것을 시인했고,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그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WP의 보도대로 북한이 우라늄 정제도 시도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북한은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과 비밀리에 도입한 농축장비를 가지고도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우라늄 농축은 채광-정련-변환-농축 과정을 거치는데 정련은 우라늄에 섞인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농축의 초기 단계에 속한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도입하고도 몇 년 동안 창고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관련국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의혹과 관련 북한은 저농축 우라늄(핵연료) 획득을 시도했다는 것으로 미북 양국이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성공적으로 해명한다면 미국의 정보 취득력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상당한 단계까지 진행했다는 의혹도 여전해 해결 과정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회동을 마친 뒤 “우리는 북핵 검증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고 도움이 되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우리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는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