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과의 대화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만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신고를 계속 미루면 제재로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대화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분명히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천 본부장도 “핵 신고가 계속 늦어지면 북한이 해야 할 임무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에너지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하는 나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금의 교착국면이 계속된다면 중유지원 등에 있어 속도조절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천 본부장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과 관련, “북한이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줬으며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데 (미국과)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이야기할만큼 이야기했다”면서 “양자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신고서 제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회담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해 더 이상 ‘설득을 위한’ 북한 측과의 만남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핵신고 데드라인’과 관련해선 “데드라인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더 이상 신고서 제출을 지연시킬 이유는 없다”고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북한은 10.3합의에 따라 작년 연말까지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완료해야 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에 대해 미국과 이견을 보이면서 아직까지 신고를 미루고 있다.
앞서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잇단 강경발언이 북핵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정상화를 논의하는 데 있어 분명히 부적절한 것”이라면서도 “북핵 협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행동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들의 행동에는) 내부 선전적인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과 관련해선, “제네바협의에서 진전이 있었고 그 이후 간접접촉을 통해서도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기 전까지는 (이런 진전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시간이 다 돼 간다”면서도 핵 신고 시한은 설정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리아 핵협력설과 관련된 북측 인사의 명단을 북측에 제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제네바에서 핵신고와 관련해 북측과 많은 논의를 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올해 핵폐기를 완료한다는 목표가 유효하냐’는 질문에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빨리 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북한이 근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으로, 식량 사정 등을 감안하면 북한도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차기정권과 협상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관측과 관련, “누구도 우리보다 나은 조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차기 6자회담은 핵신고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열 필요가 없다고 밝힌 힐 차관보는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로 이어지는 이번 아시아 방문길에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힐 차관보는 2일 오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뒤 권종락 외교부 1차관, 이용준 차관보 등을 만나며 저녁에는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