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작년 8월 이후 核신고 않으려 해”

크리스토퍼 힐 미 동아태 차관보는 8일 “북한은 지난 해 8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회의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그는 이날 오후 일본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입국해 “우리는 신고를 수단삼아 새로운 질문을 하려거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북한은 현재 신고의 핵심이슈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에 대해 “알루미늄관을 수입은 했지만 UEP와는 관계없는 용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까지 북측에 전달하며 ‘적극적인 신고’를 촉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미국내 강경파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 이후 한국의 국내 상황 변화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현재의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한국 방문 이후 찾게 될 베이징(10~11일)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이번 순방 기간 방북하거나 중국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그는 1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힐 차관보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이 당선인과 힐 차관보는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포함한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 전반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는 공항에서 “한국의 새 정부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원하는데, 그런 일도 이번 방한 활동의 한 부분”이라며 “양국은 (북한 비핵화에) 같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의 새 정부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수위 관계자는 “특사 자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대선에서 ‘실용외교’를 주창한 이 당선인이 승리한 만큼 힐 차관보는 ‘이명박 방식’의 새로운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과 관련,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가 미국 측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미 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주요 현안도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아직 상당 기일 남아있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있는 얘기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신 미국측의 우호적 메시지가 전달되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방문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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