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인권 문제 거론..의미와 배경

`2.13 합의’를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정상화가 맞물려 가게 된 상황 속에 미 국무부 핵심 당국자가 북.미 관계 정상화 조건의 하나로 인권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현지시간 26일 “북한의 비핵화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지만 (북미가) 완전한 관계정상화, 즉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선 인권 등 북한이 현재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들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말이 주목되는 것은 최근 비핵화만 되면 관계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일만큼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가운데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2.13 합의로 표출된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감안하면 북.미는 한반도 비핵화 달성 시점에 맞춰 관계 정상화를 이뤄 보자는 큰 틀의 그림에 공감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실 미국 당국자가 비핵화만 하면 북.미관계가 정상화된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비핵화 시점과 북.미 수교 시점을 일치시킨다는 말도 미 행정부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가 되어야 핵보유 이유가 없어진다는 북한과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없다는 미국이 머지 않은 장래에 접점을 찾으려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트랙의 `피니시 라인’을 비슷한 시기로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힐 차관보의 말은 지난 19~22일 열린 제6차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난데 대한 미 당국의 현실인식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즉, 거칠 것이 없이 속도를 내던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에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미측의 `각성’이 힐 차관보의 발언을 통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인 셈이다.

그러나 여러 6자회담 관계자들은 힐 차관보의 발언이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며 `놀랄’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해 핵문제 외에 인권,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등이 다뤄져야 한다는 미측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인 것이다.

다만 미측은 최근 정책 변화에 따라 비핵화가 반드시 완료돼야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인권, 미사일 등 이슈는 어느 정도 진전만 있다면 완전한 해결은 관계 정상화 이후로 미룰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록 북한이 미사일.인권 등의 문제에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야 북.미 관계 정상화의 커트라인을 넘어설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비핵화만 된다면 미국이 이들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란 해석인 셈이다.

때문에 미측이 관계 정상화의 요건으로 종종 제기하는 인권, 미사일 등 문제에 대해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대미외교 전문가는 “미국은 인권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 수교를 했다”면서 “핵문제가 해결되면 미측은 그외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미측의 인권문제 제기 등은 원론적인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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