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미북관계정상화와 핵보유 놓고 선택해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북한은 결국 경제제재 해제와 미북간 관계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 등의 정책과 핵 보유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오찬모임에서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해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 의혹까지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힐 차관보는 “(핵 개발 관련 모든 의혹이 해소되면) 결국 북한에는 30kg 남짓한 플루토늄만 남게 된다”며 “이때 우리가 북한에 플루토늄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 해제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미북 관계 정상화, 그리고 북한에 대한 지원 등을 제안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대가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쯤이면 북한은 안보를 위해서 핵이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핵을 포기해야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힐 차관보는 오찬모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것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과 합의했던 검증의정서와 관련한 합의사항을 현 시점에서는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미국의 차기정권과 협상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비핵화 3단계에서 해야 한다는 얘기인지, 불능화와 중유공급이 완료되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그것은 북한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자회담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미래의 혼선을 막기 위해 과학적 절차 등에 관한 정의를 분명히 내려야 한다는 점 등을 주장했으나, 북한은 현 시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검증의정서를 채택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중유지원 문제와 관련, “80만t에 대해서는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약속을 거의 다 지켰고, 나머지 20만t도 6자회담에서 포괄적 합의에 이르렀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 문제는 검증의정서 문제만 해결되면 해소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검증의정서에서 다뤄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에 신고한 30㎏의 플루토늄의 양이 정확한 것인지를 검증해야 하며, 우라늄 농축시설이 진짜로 존재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 안팎에서 거론되는 ‘6자회담 실패론’에 대해선 “지난 2005년 9월 합의 이후 북한은 1㎏의 플루토늄도 제조하지 않았다”며 “이는 분명히 6자회담이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6자회담이 없었다면 북한은 더 많은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계속 활동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누구하고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