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불이행으로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해법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관심이 집중됐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베이징 회동은 불발로 끝났다. 다만 미국과 북한은 핵 신고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국무부 차관보는 2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수 주 내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문제를 타결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이르면 이달 내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조만간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북한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북한측이 이런(북핵 신고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과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어떤 시점에 그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중국측이 이(핵 신고) 문제를 매우 열심히 연구해왔고, 우리도 중국과 논의를 잘 해 사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어떤 좋은 방안에 이르렀다”며 “북한이 그것들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 주 내 북핵 2단계를 끝내고 더 어려운 북핵 3단계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일단 임기 내 해결을 바라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상당히 다급한 입장이지만 북한으로선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하는 시점이 매년 4월말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대타협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서는 이달 중순 미 의회에 명단이 제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까지 미국과 타협하겠느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미국은 플루토늄 등 핵물질 보유량, UEP 문제, 시리아 핵확산 의혹을 포함하는 ‘완전한 신고’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민감해하는 UEP와 핵 확산 활동 부분에 대한 ‘비밀신고’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인 면에서 융통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추출된 플루토늄과 UEP 사안을 분리, 단계적 접근을 통해 6자회담 합의 내용을 일단 진전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와 적성국교역법의 적용 종료를 위한 가시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한국 등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절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은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과 북한의 주장을 함께 병기해 문서화하자고 제안했다는 외교가의 관측도 나왔다.
한국 측도 북한이 신고할 수 있는 문제를 먼저 신고서에 포함시키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미북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단계적 신고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핵문제를 관리, 해결하는 것이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 내 협상파들은 UEP문제와 핵 확산 문제를 과거의 문제로 보고 플루토늄 산출양만 신고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길 바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부시 행정부가 ‘핵 확산’문제를 레드라인으로 생각해 온 측면과, 북핵사태를 유발한 UEP문제를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보는 강경파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내 협상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의 모멘텀도 약화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북한도 미 대선을 지켜보면서 현 정부와 협상할지 차기 정부와 협상할 지를 저울질 하고 있다”며 “가급적 낮은 단계의 신고라면 북한은 부시 행정부와 타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