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북핵 협상이 3단계 국면에 접어 들어가 북미간 관계정상화 문제를 다룰 때 북한 인권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 외교협회(CFR)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이 같이 밝히고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인권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특사는 지난달 17일 “북한은 1년 후 부시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현재의 핵 지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모든 협상은 인권과 경제지원, 안보문제를 모두 확고하게 연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는) 인권특사이고, 그게 그 사람이 하는 일이지 6자회담과는 무관하다”며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 무엇인지 직접 밝혔고, 나는 대통령의 입장을 알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을 비난 했었다.
이처럼 힐 차관보의 직속상관인 라이스 장관이 ‘6자회담과 북한인권 연계’ 요구 자체를 거두절미하고 가능성 자체를 일축한 것과 달리 힐 차관보는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전개했다. 6자회담 틀에서 북한인권을 아젠다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핵폐기 단계인 ‘비핵화 3단계’라는 전제가 붙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얼마나 크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제기됐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7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완전한 폐기를 결심하고 나오는 경우 남은 과제로서 ‘인권’을 다룰 수 있다는 것과 사실상 폐기가 불가능한 쪽으로 갈 경우에도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인권문제를 3단계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당분간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와도 같다”며 “현재 비핵화 2단계인 불능화.신고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우리(미국)는 완전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은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를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북한이 완전.정확한 신고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수치를 우리에게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이를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완전한 신고를 거듭 촉구했다.
이어 “북한이 플루토늄 30kg 추출했다고 신고하고 검증 결과 30kg 추출한 것이 사실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북한이 50kg 추출했다고 신고했으나 검증결과 60kg 추출한 것으로 나오면 문제”라며 신고 수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확한 신고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의 조건 없는 대북지원과 관련해선 “한국과 중국이 직접 북한에 지원하는 것을 6자회담 틀 내에서 어느 정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해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대북 지원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