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환대속’ 평양방문…’대접 잘 받았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박2일 간의 첫 평양 방문에서 북측으로부터 상당한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북한에서 호텔이 아닌 초대소(guest house)에 묵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그가 머문 숙소가 외국 최정상급 인사가 이용하는 북한의 영빈관 격인 백화원초대소라고 확인했다.

이 곳에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머물렀으며 2002년 9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또 자오쯔양(趙紫陽) 중국 당 총서기(1989년 4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1994년 6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2000년 10월),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2001년 9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002년 5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2005년 6월) 등도 모두 이곳을 숙소로 이용했다.

2002년 10월 힐 차관보와 직급이 같은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고려호텔을 이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힐 차관보에 대한 북측의 남다른 `대접’을 느낄 수 있다.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공항에서 힐 차관보를 맞은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5년 전 켈리 차관보는 미국 대통령 특사 자격이었음에도 고위 관리가 공항에 마중을 나오지는 않았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돌아온 뒤 우리 외교당국자들에게 “대접을 잘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가 국무부 소유의 리무진을 내주고 공항에서도 공항청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숙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한데 대한 북측의 `성의표시’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힐 차관보를 환대한 것만 봐도 북측이 2.13합의 이행에 적극적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머문 대부분 시간을 김계관 부상과 함께 했다.

전날 낮 12시30분께 평양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오후에 김 부상과 2시간30분 정도 회동한 뒤 만찬을 함께 했고 밤에는 평양시내 보통강호텔에서 술도 함께 마셨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평양을 떠나기 전에도 짬을 내 1시간 가까이 김계관 부상과 추가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분위기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다”는 게 당국자의 전언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에 박의춘 외무상을 15분 정도 예방했다.

정부 당국자는 “박 외무상과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힐 차관보가 `붙임성이 있는 등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날 방북 결과를 전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극비리에 추진된 자신의 방북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은데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당초 이날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곧바로 일본으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23일 오전으로 이한 일정을 늦췄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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