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외교해법 회의론 가능성’ 발언 속내는

“정치적 기후에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외교트랙의 가치를 숙고해야할 것이다.”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 5일째인 12일 오전 숙소인 베이징(北京)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나서기에 앞서 이번 협상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답변이다.

지난 달 16~18일 베를린 북.미 수석대표 회동 후 줄곧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자신했던 힐 차관보의 이 말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가고 있다.

우선 그가 이번 회담 후 빈손으로 귀국할 때 자신이 워싱턴에서 부닥쳐야 할 `후폭풍’을 떠올리며 한 `독백’이라는 해석이 있다.

당초 의장국 중국의 전망처럼 3~4일이면 충분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던 이번 회담이 대북 에너지 지원의 양, 시기, 분담 방식 등을 두고 난항하면서 힐 차관보의 입장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힐 차관보는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전에 없이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조지 부시 대통령-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6자 협상에 임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그랬던 만큼 그는 김 부상과 만날 때 수차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해가며 9.19 공동성명 초기 단계 이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묶은 `패키지딜’을 제시했고 김 부상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었다. 그만큼 힐 차관보는 자신있어 보였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이 공동문건 도출에 실패한 채 가시적 성과없이 끝날 경우 미국 조야에서는 실제로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외교 당국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 경우 힐 차관보의 입지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버티기 전술’을 쓰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사라는 해석이 주류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북측에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렇게 분석하는 이들은 힐 차관보가 “오늘이 회담 마지막 날”이라고 밝힌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보고 있다.

어쨌든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 기간 의외의 여유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베이징 시내 박물관을 관람했고 회담 기간 내내 기자들 앞에서 북한에 대한 불만을 거의 표현하지 않은 채 `지켜보자’는 말을 거듭하고 있다. 힐 차관보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는 회담 마지막에 가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