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부시의 뜻’ 강조…`김정일 답변’ 촉구한 것”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28일부터 이틀간 열린 북미 베이징 회동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북측에 제공할 각종 인센티브 내용을 설명하면서 시종 ‘조지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했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30일 전했다.

특히 힐 차관보는 이틀간의 북미 회동에서 북한의 핵폐기 관련 조치 내용을 일괄적으로 설명한 뒤 이른바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내용을 총망라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시한 인센티브에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체제보장을 포함한 북미 관계정상화, 에너지와 경제 지원, 궁극적으로는 안보리 결의 해제 용의 등 북한이 원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고위 정부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이처럼 많은 내용의 인센티브를 북측에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시 대통령의 위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따라서 이는 부시 대통령의 뜻에 김정일 위원장의 답변을 촉구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 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런 힐 차관보의 제안을 듣고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추후 답변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의 진정성을 북한이 일단 ’평가’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따라서 북한 수뇌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 회동에서 수렴한 미국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6자회담, 나아가 북핵 사태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도 협상을 통해 사태해결을 도모하자면 모멘텀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등 관련국들은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뜻이 담긴 미국의 제안’에 대한 답변이 열흘 내에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경우 6자회담은 곧바로 재개되며 특히 ‘성과있는 회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거부입장’을 피력하거나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새로운 전제조건을 붙일 경우 6자회담의 장기 교착상황은 타개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지난 18일 베트남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그리고 한국 대통령과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을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어느 때보다도 북한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핵폐기시 상응하는 조치로 “한국전의 공식 종료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고 9.19 공동성명에 포함돼있는 대로 미국 등 관계국들과 관계정상화에 나설 경우 현재 상정할 수 있는 방안들이 모두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정할 수 있는 방안에는 북미 외교장관 회동은 물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 장관의 평양방문, 나아가 북한측 고위인사의 미국 방문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