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새해 벽두인 7일부터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방문길에 올라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힐 차관보의 이번 6자회담 참가국 릴레이방문은 북한이 `10.3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작년 연말 핵프로그램 신고시한을 넘긴 가운데 이뤄져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지 그의 ‘보따리’가 관심대상이다.
북핵문제는 작년에 `2.13 합의’와 `10.3 공동선언’을 계기로 협상을 통한 해결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북한이 연말까지 모든 핵프로그램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신고하겠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또다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아직까지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선 잘 협조하고 있음을 강조, 모든 과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핵프로그램 신고시한 때문에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톤 다운’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북핵협상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제기해왔던 강경파들은 북한이 시한을 맞추지 못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행정부 내에서조차 북한의 협상태도에 의혹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대북 협상에 의미를 둬온 백악관도 2일에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향후 북핵 협상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대북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3월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과거에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더욱이 북한도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보일 조짐은 없는 가운데 핵폐기 대가로 제공키로 한 에너지 지원 및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지연 등을 구실삼아 핵불능화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맞바람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힐 차관보는 이번 4개국 순방에서 북한의 정확하고 완전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촉진하는 방안과 북한이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책에 대해 관계국들과 집중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힐 차관보는 지난 달 이례적으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 북한 지도부와 담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를 만날 지 관심거리다.
미 국무부는 이번의 경우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며 현재로선 북한 관리들과 회동할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가 베이징 등에서 김계관 북핵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를 만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번 방한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도 면담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힐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이 당선인을 면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 국무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차관보로, 양국 관계에 대한 실무차원의 최고 조타수라는 점에서 이번 면담에 적잖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 당선인과의 면담에서 북핵, 한미자유무역협정, 한미동맹 등 양국 현안 및 한반도 문제, 테러와의 전쟁 협력방안 등 세계적인 관심사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