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의원, 北核본질 잘못 짚었소”

▲ 칼 레넌과 힐러리 클린턴의 기고문

미국 민주당 칼 레넌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5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북한의 높아지는 위기(North Korea’s Rising Urgency)’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기고문의 부제목은 ‘불개입은 대안이 아니다(Not Engaging Is Not an Alternative)’이다.

그러나 두 의원이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 패키지 제공과 특사 파견들은 더욱 대안이 아니다.

두 의원은 1993~94년 ‘1차 북핵위기’와 제네바합의,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2차 북핵위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을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북한은 신뢰할 만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조바심 버리고 원칙적으로 북한을 대해야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는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끊임없이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을 시도해왔고, 그것이 들통나자 기다렸다는 듯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한 ‘대가(對價)’를 지불한다는 것은, 한번 빠졌다 간신히 빠져 나온 늪으로 다시 되돌아가 몸을 담그는 것이나 같다.

1994년 제네바에서 약속했던 대가로 인해 지난 10년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기술적,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북한은 분명히, 그리고 교묘하게 약속을 위반했다.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주게 된다면, 당사자는 ‘더 나쁜 행동을 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할 것이고 주위의 나쁜 친구들도 그의 행동을 따라 배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고민한다면 ‘어떠한 보상을 해줄까’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약속을 어기면 이러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처벌의 옵션과 순서’를 정하는 고민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6자회담’도 ‘처벌의 옵션’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일대일로 상대를 하면서 재미를 봤던 북한을 여러 국가 앞에 내놓아 그 실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테이블이 ‘6자회담’이다. 북한은 이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래서 회담장을 뛰쳐나간 지 1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물론 어떻게든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고 나와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북간 양자회담은 대안이 아니며 ‘6자회담’의 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일단은 미국의 정치인들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것은 이제 기정 사실이다. 몇 십 개의 핵무기를 더 생산했다고, 북한이 그렇게 떠들어내도 개의치 말아야 한다.

절대권력의 꿀맛에 젖어있는 김정일 정권에게 핵무기는, 힘을 과시하기 위한 장식품은 되겠지만 실전에서 활용되지는 못한다. 무시해버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핵실험을 한다 해도 우리는 북한의 ‘버섯구름 쇼’를 묵묵히 지켜보면 된다. 주변국의 핵 도미노를 막는 것이 미국의 역할이며, 이성적인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그간의 비핵정책을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카드가 소진되었을 때 비로소 김정일 정권은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더이상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고립의 벌판에서 김정일이 서성대고 있을 때, 국제사회는 응당한 제재의 수순을 밟아가면 된다.

핵문제보다 인권문제 앞세워야 한다

요컨대 민주당이 공화당의 실책을 부각하기 위해 북핵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내정의 문제이니 간섭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현재 북핵문제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기에 만들어낸 제네바합의에 근원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다시 한번 조급하게 서두르다 북한에게 또 한번 사기를 당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압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덧붙여 주문할 것은, 북한문제의 핵심은 ‘핵무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핵만 없으면 북한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겨질 테지만, 정작 북한에 심각한 문제는 그곳에 살고 있는 2천만 명의 주민들이 일체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기아(飢餓)가 생겨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혀 모르는 정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룰을 무시한 채 핵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쯤 되는 정치인이라면 앞으로는 이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 진정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북한의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도덕적 인류애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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