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김양건 29일 잇따라 서울방문 눈길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잇따라 서울을 찾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뜻 보면 분리돼 있는 듯 보이는 두 사안이지만 북한이 능동적으로 두 사안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북핵 현안은 물론 남북관계가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교부는 힐 차관보가 29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28일 공식 확인했다.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29일 방한할 예정”이라며 “29일 늦은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협의는 12월 초.중순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추진중인 6자 수석대표 회담을 앞두고 사전 협의를 갖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특히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중국이나 일본 등을 방문한 뒤 북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그의 동선(動線)에 외교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힐 차관보가 다음달 3-5일께 북한을 방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한 고위 관리들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힐 차관보는 방북 기간에 영변을 방문, 핵시설 불능화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의 불능화 실무팀을 면담할 것이라고 이 관리는 전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을 위한 세부 준비작업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북핵 외교가에서는 힐 차관보가 방북할 경우 다음달 말로 시한이 다가온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는 물론 핵 프로그램 전면 신고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핵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꼽히는 핵 프로그램 전면 신고 문제를 놓고 북한 측과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이런 측면에서 힐 차관보가 북한에서 만날 ‘다른 고위 관리들’이 누가 될 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부시의 메시지’를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더라도 힐 차관보는 평양 한복판에서 미국의 협상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여 그 상징성은 지난 6월의 1차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 내 군부 등의 강경파 인사들을 만나 핵포기를 설득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바 있어 성사된다면 북핵협상의 고비를 앞두고 북핵문제와 관련한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힐 차관보과 같은 날 서울에 오는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주 임무는 일단 남북정상선언 이행 등의 문제를 협의하는 일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8일 긴급 브리핑에서 “김양건 부장 등 북측 대표 5명이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중간 평가하고 향후 추진방향 논의와 현장 시찰을 목적으로 육로를 통해 내일부터 3일간 방남한다”고 밝혔다.

통일전선부장의 한국 방문은 2000년 김용순 부장에 이어 두번째다.

김 부장의 서울 방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이 아니고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

하지만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올해 정상회담의 추진부터 정상선언 도출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방문기간에 한반도 종전선언 등과 관련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지 주목된다.

한 당국자는 “정상선언 합의사항 가운데 총리회담에서 다뤄지지 못한 종전선언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해 남북정상회담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북핵 협상이 고비를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의지를 다시 밝힌다면 상징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부장의 서울 공식 방문 일정이 27일 늦은 저녁에 합의됐다는 이재정 장관의 전언과 힐 차관보의 방북이 북한 측 초청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연관지어 보면 북한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 모종의 결심을 굳힌 뒤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진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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