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김계관 접촉…중국 외교부 관리와 회담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전격 회동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7월9일 회동으로 13개월째 공전되던 북핵 6자회담 재개의 물꼬가 터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위폐 논란과 이를 근거로 한 대북 금융제재 공방으로 인해 교착상태인 북핵 구도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의 회동은 이미 힐 차관보가 12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동남아 순방을 거쳐 귀국 길에 오르려다 돌연 행로를 바꿔 성사됐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중 협의에서 차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이 있었고 이 내용이 힐 차관보에게 통보되면서 회동이 성사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위폐 및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 북한은 정치적인 해결을 주장한 데 대해 미국은 북핵과 위폐문제는 별개라며 ‘그럴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회동은 상대의 의중 파악을 위한 탐색전에 불과할 수 있다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해 11월 5차 1단계 6자회담 이후 북미간 직접 대화는 사실상 끊긴 상태로, 이날 힐-김계관의 회동으로 북미 양국은 사실상 2개월 만에 대화를 재개한 셈이다.

미 행정부는 위폐 및 금융제재 문제 협의를 위한 금융전문가 회담을 지난 달 9∼11일 뉴욕에서 열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의 거절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중-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 힐 차관보의 동북아 순방에 이어 19일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 24일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간의 고위급 대화가 예정되는 등 차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간 ‘조용한 접촉’이 이뤄져오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힐-김계관 회동에서는 현재 차기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로 부각된 위폐 및 금융제재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북미간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접점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존 입장대로라면 회동에서 힐 차관보는 수십년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위폐 혐의에 대해 ‘확증’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를 스스로 밝히고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와 그와 관련된 대북 금융제재 조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지라고 밝히는 등 미 행정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공세에 나선 만큼 정치적인 해결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얘기다.

힐 차관보는 특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6자회담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를 별도 트랙으로 논의하되 조속히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김 부상도 ‘강 대 강’으로 맞설 공산이 커 보인다.

김 부상은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등 자국을 겨냥한 금융제재의 원인이 되는 일련의 행위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단정하면서 정치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김 부상이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미국이 인권, 마약 밀매, 달러 위조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면 핵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기존의 강수를 되풀이할 경우 상황이 종전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12일 “북한의 (위폐문제 등의) 불법활동이 개별기업을 통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들어 미 행정부가 다소 유연한 입장을 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힐-김계관 회동에서 절충점이 찾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상당하다.

물론 북한으로서도 위폐문제와 관련, 당국 차원의 개입혐의만 벗을 수 있다면 기존 입장과는 달리 신축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중국은 위폐문제를 푸는 고리라고 할 수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과 관련해 북미 양측의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측이 지난해 말 ‘국물에 벌레가 빠졌다면 벌레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국물을 쏟아버릴 수도 있다’는 말로 BDA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북한의 불법행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이 그 내용에 대한 수긍과 함께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이에 동의할 경우 BDA 동결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차기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시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직전인 지난해 말 김계관 부상이 선양에서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미국이 주장하는 위조달러와 자금세탁 등 북한의 불법행위 증거가 드러날 경우 연루된 인사를 조사, ‘일정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는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힐-김계관 회동의 관전 포인트도 결국 이 대목일 것으로 보이며, 이날 회동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가 결정되지 못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회담 재개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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