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김계관, 北核 ‘시료채취’ 합의 실패

지난 4∼5일 싱가포르서 진행된 미북간 6자 수석대표간 회동에서 ‘시료채취’ 명문화에 대한 미국의 절충안에 대해 북한이 별다른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미북 회동서 시료채취 명문화를 포함한 북핵 검증의정서의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려 했던 미국은 8일부터 열리는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다시 북한과 담판을 지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5일 오후 싱가포르의 미국 대사관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2차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이틀간에 걸쳐 10·3 합의의 마무리를 위한 구체적 문제를 논의했다”며 “시료채취는 검증방법에 관한 문제이며, 앞으로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또 “쌍방의 관심사항과 우려사항을 알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방안 일부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비공개, 그런 문제는 앞으로 좀 더 토론해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크게 합의보기 위해 모인 게 아니고 쌍방의 목적을 조율하는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도 기자들에게 “북한 측은 지난 10월 미국과의 합의에 대한 존중을 재확인했으나 그것을 문서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노출됐다”면서 “문제는 얼마나 그들이 이를 문서에 담아내려고 하는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기 6자회담 전망에 대해 “베이징의 협상 테이블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특히 검증의정서의 형식과 구체적 표현에 대해 북측과 예비적인 논의를 진행했다면서도 보다 큰 틀의 협상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은 회동에서 향후 검증활동에 착수할 때 모호성을 없애려면 시료채취를 포함한 검증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문서의 형식과 구체적 표현에서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시료채취 명문화를 수용하면 문서형식은 비공개 양해각서에 담는 방안과 구체적인 표현을 북한 측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하는 방안, 그리고 검증 단계를 세분화해 각단계별 이행의정서를 만드는 방안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 북핵검증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 규정도 논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최근 차기 6자회담을 8일 오후에 시작해 10일 오후 폐회하는 방안을 참가국들에게 비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김계관 부상은 “우리는 8일 회담개최에 반대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 참가국들은 회담 전인 6~7일 베이징에 모여 8일 오전까지 다양한 양자 및 다자간 접촉을 갖고 시료채취를 핵심으로 하는 북핵 검증의정서 문제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부상은 “(핵시설) 무력화와 경제보상은 상응해서 진행된다”면서 “중유가 앞으로도 45만t 가량 더 들어와야 하는데 (에너지 제공) 일정표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6일중 싱가포르를 출발, 각각 서울과 베이징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서울에서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회동을 가진 뒤 7일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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