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8일 개최설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번주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미 국부무 관계자가 1일 밝혀 주목된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이날 일본과 싱가포르 방문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금주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 관리를 만난 뒤 싱가포르를 방문, 북한 관리를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힐 차관보가 누구를 만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힐 차관보의 대화 파트너였던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달 하순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달 초 6자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회담 개최국인 중국을 통해 러시아, 북한 등과 일정을 협의·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6자회담이 8일 베이징에서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의장국인 중국도 25일에 이어 27일에도 ‘6자회담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만 언급,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내역에 대한 검증체제에 합의할 계획이지만, 검증 방법과 대상을 놓고 미북간에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시료채취 등 모든 검증 방법과 대상을 문서화하는 ‘검증의정서’ 채택을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시료채취에 대해 거부입장을 보이며 검증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도 김 부상으로 유력시되는 북측 대화 파트너와 검증의정서 채택의 최대 이슈인 ‘시료채취’ 명문화를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과 미국은 10월초 평양에서 검증협의를 벌였으나 시료채취에 대한 입장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여왔다. 따라서 이견차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6자회담 개최도 불확실해진다.
의장국 중국도 미·북간에 이견을 최종 해소한 뒤 6자회담을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최될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이 ‘시료채취’의 명문화에 따른 ‘검증 의정서 도출’인 상황에서 이 부분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6자회담 자체의 진전이 기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나머지 5개국이 원하는 시료채취의 명문화을 수용하느냐 여부다. 결국 이번 미·북회동에서 밝혀질 북한의 입장에 따라 향후 북핵 6자회담의 일정 및 2단계 북핵 협상의 진전이 가늠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