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北 내부…“전쟁나도 김정운 위해 싸울 사람 없다”

6월 중순 북중 국경에 가까운 지린성(吉林省) 옌벤(延邊)조선족자치주를 찾았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일시적인 월경을 해온 북한 남성 2명, 북한 여성 7명을 이곳에서 비밀리에 만날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수일에서 2개월 전 사이에 월경한 사람들로 최근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전해주었다.

최근 10년간 북한에서는 국영 산업의 대부분이 가동 중단 상태에 이르고 식량배급도 중단된 상태다. 도시 주민들 대부분은 시장에서 장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김정일의 건강문제나 미사일, 핵 문제로 인해 국내외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접어들면서 장사꾼들의 이동이나 장사에 대한 통제가 매우 심해져 주민은 현금수입이 줄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다음 기회에 상세히 쓰기로 하고 이번에는 후계자 문제와 관련한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필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북한 사람들 모두 지방 도시에 사는 가난한 평민이었다. 지역별로 양강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청진시 등 주로 북부지방에서 월경해 온 사람들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터뷰 대상자 전원이 ‘(김정일) 후계자로 김정운이 결정됐다고 들었다’고 대답한 점이다.

북한 당국이 공식 회의에서 결정하거나 통보를 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최신 정보에 어두운 지방 주민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북한 내에서는 광범위하게 ‘김정운 후계설’이 유포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정운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전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즉, 김정운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그 이름만으로 후계자에 대한 선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정운이 실제로 후계자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이들은 후계세습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두가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몇 가지 대답을 들어보자.

“살아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누가 후계자가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곤란한 인민 생활을 해결하지 못하는데 아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은 인민은 싫다고 생각할 것이다.”(함북 청진시 40대 남성 기계공)

“인민의 90%가 변화를 원하고 있다. 계속해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도 대대로 승계되어 가는 것인가라고 사람들은 불만을 말하게 되었다”(함남 40대 여의사 )

“가난한 주민은 개나 돼지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뭔가 좋아졌으면 하는데 후계자는 (김정일과) 같은 정치를 할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런 것을 희망하지 않으나 어디에서도 불만을 이야기하지는 못한다.”(청진 23세 여성)

일반 주민에게 공개되지 않은 김정일의 후계 내용에 대해 처음 군 외부에서는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군부에서 흘러나온 소문이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들에 따르면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의 격한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그 ‘쪼그마한 것'(김정일을 말하는 은어)이 20대 애송이를 후계자로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거나 “(김정일) 장군님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그 자식(아들)까지 장군이 된다면 우리들은 더 이상 명령을 따라갈 수 없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즉 김일성의 업적 때문에 김정일을 이렇게 공경해 주고 있지만, 그 김정운은 도대체 무엇으로 공경을 해야 하냐는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은 “내 생각으로는 한번 전쟁이 시작되어도 김정운을 위해 싸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함경북도 20세 청년)라고 말했다.

김일성 사망 이후 15년 김정일 시대는 ‘실패한 15년’이라는 데 북한 주민의 생각이 일치하고 있다.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생활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운이 후계자라고 하는 것은 그런 ‘실패한 15년’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북한 주민들은 보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후계자문제가 어수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무리 지독한 독재자 김정일이라고 해도 지도자의 등장을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 한, 정권 운영에 있어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나는 본다.

주목 해야 할 것은 북한의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