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北·美 기본합의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1994년 10월21일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파기,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1993년 3월 북한의 특별사찰거부 및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야기된 북핵위기를 끝내고 북.미 간 새로운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됐던 기본합의문은 10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운명을 다하고 말았다.

기본합의문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가 평양 방문 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추진을 주장, 대북 중유지원 중단을 결정하면서 뿌리째 흔들렸으며 같은 해 12월 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면서 ’사망선고’를 받았다.

현재 합의문이 있던 자리에는 지난달 발표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이 핵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본합의문에서 미국은 발전용량 2천MWe 용량의 경수로 지원과 경수로 완공까지 연간 50만t의 중유 공급을, 북한은 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 동결 및 해체를 약속했다.

이 조항들은 실현되지 않았으며 기본합의문 파기에 대한 책임공방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물론 합의문 파기의 책임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돌리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약속 불이행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5월 “조.미 기본합의문은 다름 아닌 부시 행정부가 파기해버린 것”이라며 “우리는 기본합의문에 따라 모든 핵 활동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원들의 감시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등 자기의 의무를 100% 이행해왔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이어 ▲경수로 건설 및 중유 공급 중단 ▲대북 경제제재와 ’악의 축’ 규정 ▲핵 선제공격 대상 지목 ▲일방적 핵사찰 강요 등을 꼽으면서 “합의문에 수표한 잉크가 10년 동안 말라 터지도록 미국이 모든 약속을 불이행하고 그 책임회피를 위해 ’농축우라늄계획’이라는 모략극을 조작해냄으로써 합의문이 파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남순 외무상도 7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 “1994년 조.미 기본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어떻게든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드팀 없는 정치적 의지의 발현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 10월 불거진 북한 핵문제는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북측의 핵무기 보유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 개최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19일 4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공동성명이 채택돼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한편 기본합의문 서명 당시 양국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핵대사와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은 각각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장과 외무성 제1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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