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北 여가수 전혜영 어디로 갔나?

지난해 말부터 활동을 중단해 해체설까지 나돌았던 북한 ‘보천보 전자악단’이 ‘소백수’라는 4인조 중창단을 통해 최근 컴백했다.

지난 18일 ‘조선중앙 TV’는 보천보 전자악단의 ‘소백수’라는 이름의 4인조 중창단이 부른 해방 전 가요 ‘고향의 봄’을 뮤직비디오 형태로 선보였다. 노래 도입부 화면에 ‘소백수’라고 소개된 4인조 중창단은 이봄순, 우순희, 강윤희, 한설향 등 네 명의 가수로 구성됐다.

‘고향의 봄’은 일제시대 가요로 보천보 전자악단에서 활약했던 전혜영(사진)이 리메이크해 불러 히트한 곡이다. 그러나 이날 전혜영의 이름은 ‘소백수’로 교체돼 소개됐다. 소백수는 북한 당국이 김정일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귀틀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 이름이다.

북한의 대중가요 ‘휘파람’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전혜영은 북한 최고의 여가수다. 160㎝가 채 안되는 신장에 가날픈 몸매, 예쁜 미모 때문에 남한에도 팬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1992년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다.

2000년 1월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휘파람’에 대해 “노래가 좋기 때문에 세상에 나가자마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이틀이 되기 전에 다 배워 불렀으며 말 그대로 폭풍과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하며 “부를수록 좋은 노래”라고 평가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보천보 경음악단이 전자악기 중심의 반주로 젊은 층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보수적 노년층의 비판 여론이 거셌던 만큼, 전자악기 중심의 연주 방식을 바꾸고 이름을 고쳐 재창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도 했다.

노래 영상을 지켜본 탈북자들은 “사실상 반주는 기존의 것 그대로인데 가수만 달라졌다. 그렇다면 기존에 ‘고향의 봄’을 부르던 전혜영과 보천보 전자악단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며, 보천보 전자악단의 해체설이 아닌 기존 가수들의 숙청설을 제기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보천보 전자악단 가수들이 사상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저질러 숙청당하자 해체설이 돌았고, 결국 새로운 가수들로 기존 가수들의 자리를 메우는 선에서 봉합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 시기에도 예술 분야의 배우나 작가들이 과오를 범하면 그의 사진이나 저작물들을 모두 회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이런 경우 그들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어 정치범 수용소로 내몰리거나 탄광이나 광산 등 ‘혁명화 사업장’으로 쫓겨 갔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북한 최고의 여배우로 불렸던 우인희 사건이다. 우인희는 한 때 북한 최고의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으나 사생활 문제로 공개처형 당한 후 그녀가 출현했던 영화들은 모두 없애버리거나 주인공을 교체해 다시 찍었다. 예술인들의 경우 이렇게 사생활문제로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보천보 전자악단’은 1985년 6월4일 김정일의 지시로 창단된 음악단으로 정식 명칭은 ‘보천보 경음악단’이나 ‘보천보 전자악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2년 먼저 탄생한 왕재산 경음악단과 함께 북한의 양대 경음악단으로 활동해왔다. 대표곡으로는 ‘휘파람’, ‘수령님 은덕일세’, ‘그 품을 떠나 못살아’, ‘우리는 하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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