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해안포를 130여발이나 발사하며 군사적 위협에 나섰지만 예상됐던 ‘도발 수위’엔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 우리 군의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전선서부지구사령부 통지문을 통해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밝혔고, 훈련이 시작된 5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이라도 위협했다.
북한의 포사격은 서해 합동훈련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진 것으로 예고한 위협이 말로 그치는 게 아닌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하지만 도발 수준이 예고했던 바에 비해 미약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항행금지구역 선포 등 예고 없이 해안포 발사를 단행했고, 발사한 포탄 일부가 NLL 이남의 우리 영해에 떨어진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북한이 공언했던 ‘예상을 초월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이어진 서해 합동훈련에 반발, 해안포 발사로 대응했지만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 즉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전면전은 피하면서 어느 정도 군사적 긴장을 위한 ‘위협’ 수준이라는 평이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동해 한미연합훈련과 서해 합동훈련 등 체제를 옥죄는 한·미의 제재를 그대로 방치하면 군의 사기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도발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한국군 단독의 합동훈련이 종료된 시점에 군사적 위협을 감행한 것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혀진다. 한·미의 천안함 관련 원칙적 대응에 따른 효과로도 평가되는 부분이다.
동시에 대남 위협공세로 ‘한반도=분쟁지역’이라는 메시지를 미국과 중국에 전달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김 교수는 “전면전 확전 가능성을 피하면서도 대남 강경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유용한 장소가 NLL으로 앞선 평화공세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한·미·중에 대한 관심끌기가 필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해안포 발사가 당대표자회를 앞둔 시점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체제결속과 김정은 띄우기를 위한 행보로도 해석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정권 수립일(9.9), 당대표자회, 당창건 기념일(10.10) 등 하반기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관심을 이념으로 돌려 제국주의 침탈 의지를 부각시킴으로서 청년대장 김정은 띄우기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후계자 부상을 정당화하는 절차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는 체제결속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 교양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에 대해 포병전에 능한 군사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해상의 군사분계선(MDL)인 NLL에서 조준 포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연말까지 이뤄지는 한미연합훈련 일정에 북한도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의 대응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