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용후 핵연료’ 방사능 유출 우려

연쇄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에서 ‘사용후 핵연료’ 과열로 인한 다량의 방사능 유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또 노심 핵분열 반응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선이 원전 외부에서 거듭 검출됐다.


원전에 새 전력선 설치를 거의 완료한 일본 당국은 17일 전력공급을 재개해 냉각장치를 신속하게 재가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상태 심각 =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원자력 안전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손상으로 인한 대규모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극도의 우려를 나타냈다.


사용후 핵연료는 1차 격납용기 외부에 있는 수조 안에 들어있는데, 이번 대지진으로 원전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 핵연료가 공기 중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핵연료 융해(meltdown)에 따른 다량의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6일 성명에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를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AP와 AFP통신 등이 전했다.


프랑스 원자력 산업 연구기관인 ‘방사능 방어 및 핵안전 연구소(IRSN)’의 티에리 샤를 소장은 “앞으로 48시간이 중대 고비”라면서 “13일 이후로 어떤 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IRSN은 성명에서 “4호기 저장수조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연료가 며칠 안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냉각수가 고갈됐다고 우려했다.


그레고리 재스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이날 하원의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고갈됐다”고 발언했다.


재스코 위원장은 “방사능 수치도 극도로 높은 상태이며,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멈추도록 하기 위한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가 고갈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4호기에서는 지난 15일 이후 핵연료 저장소 과열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2차례 발생했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 누출이 진행되는 징후도 거듭 포착됐다.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15일 새벽 1~2시에 원전 정문 근처에서 두 차례 중성자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검출량은 각각 0.01μSv(마이크로시버트)와 0.02μSv로 측정됐다.


중성자선은 원자로 노심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으로, 원자로 외부에서 중성자선이 검출된 것은 격납용기 파손 또는 노심용융(융해)이 진행되면서 고준위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14일 3호기 폭발 후에도 중성자선이 검출된 바 있다.


◇일본 전력공급 복구 기대 = 과열된 원자로에 수동으로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는 일본 원전 당국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전력을 복구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도쿄전력은 새 전력선 설치가 거의 완료됐으며 고장난 기존 전력선 복구도 시도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나오키 스노다 도쿄전력 대변인은 “가능한 한 빨리” 전력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원전에 전력 공급이 재개되면 펌프를 통해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조기에 냉각장치가 재가동 되면 대형 참사 가능성은 막을 수 있다.


현재 사고 원전에는 비상근무자 180명이 방사능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과열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수동으로 해수를 들이붓고 있다.

당국은 또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 고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4호기에 냉각수를 살포하기 위해 군용 헬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 4호기 부근에 경찰 물대포를 배치하는 한편 소방 헬기로 냉각수를 투하할 계획이었지만 방사능 수치가 높아져 헬기 작업은 포기했다.
  
◇국제사회 우려 고조 =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르면 1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귄터 외팅거 유럽연합(EU)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사고 원전은 사실상 통제를 벗어났다”며 “하루이틀새 추가 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16일 우려했다.

외팅거는 이같은 비관적 전망이 EU와 IAEA 등의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노 IAEA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통제불능을 말할 시점은 아니다” 지나친 비관적 전망을 경계했다.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자문인 존 베딩턴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심각한 피해는 해당 지역으로 제한되고 다른 지역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류를 타고 방사성 물질이 도쿄쪽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간의 건강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베딩턴은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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