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2기 정부의 대북정책

오는 3월5일 개막하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거쳐 탄생할 후진타오(胡錦濤) 2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향후 대북정책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전인대에서는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주요 직위를 차지했던 인물들이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江) 등 ‘포스트 후진타오’ 시대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들이 자리를 채우게 된다는 점에서 1기 정부의 실용주의적 색채가 더 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진타오 2기의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1기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내세우는 가운데 북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한 현실주의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과 다차원적 교류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작년 연말 북중관계를 결산하면서 2008년 한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오는 4월 베이징(北京) 국가대극원에서 막을 올릴 북한 가극 ‘꽃파는 처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도 북미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거나 급속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기 정부를 구성할 인물 중에는 북한과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가주석 연임을 예약한 후 주석과 국가부주석과 수석 부총리 등극이 사실상 확정된 시와 리 두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 진입을 노리고 있는 장더장(張德江) 정치국 위원 등은 당 또는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거나 북한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

후 주석은 항일투쟁과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으로 맺어진 북중 양국의 ‘혁명노선배’와는 세대가 다르고 정서적인 유대로 약하지만 지난 1993년 7월25일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을 기념해 재단장한 단둥(丹東) 항미원조기념관 신관 개관행사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른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공산당 서기처 서기였던 후 주석은 기념행사 참석 직후 7월26일부터 29일까지 당 및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다. 후 주석은 12년 뒤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2005년 10월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와 리 두 상무위원도 각각 저장(浙江)성과 랴오닝(遼寧)성 서기로 있으면서 지도자 수업을 쌓을 당시 앞다퉈 북한을 방문했다. 시 상무위원은 저장성 서기 신분이었지만 중국공산당 대표단 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뒤이어 리 상무위원도 9월에 랴오닝성 당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평안북도에 들른 뒤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면담했다.

리 상무위원은 특히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랴오닝성 서기로 재직하면서 북한측 인사들과도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직시기였던 2005년 3월 중국을 방문했던 박봉주 전 총리가 동북지역 경제발전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선양(瀋陽)을 들른 적도 있었다.

장더장 정치국원은 옌볜(延邊)대 조선어학부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을 한 북한통. 그는 광둥(廣東)성 서기로 재직하던 2006년 1월 당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안내해 광둥성 일대를 둘러보기도 했다.

특히 리 상무위원과 장더장 정치국원은 모두 중국 경제성장의 사령탑으로 불리는 국무원의 부총리급으로 진입이 유력시된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경협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2005년 10월 후 주석의 방북 직전 우이(吳儀) 부총리가 보시라이(博熙來) 상무부장을 이끌고 정부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중국의 무상지원으로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양국 간 경협 현안을 논의했던 것처럼 북중 경협현안을 조율하는 최고위급 채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적으로 대북포용 일변도로 치우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2기 정부의 색깔은 여전히 실용주의인데다가 전통적 우호관계 혹은 이념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이 자리 잡으면서 과거 냉전시대에나 볼 수 있는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혈맹관계 복원에 대한 중국 내부의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이 바로 중국에서는 북중관계를 정상국가 사이의 외교관계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혈맹으로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의도보다는 북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악화를 막고 대미, 대일관계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후진타오 2기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냉정하고 현실적 판단에 입각한 실용주의 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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