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22호수용소 해체하고 만든 농장 중단 위기”

북한 당국이 지난해 6월 함경북도 회령 22호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소개(疏開)시킨 농장원들이 최근 배급을 받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회령 주변 새별군, 은덕군 주민들 중심으로 이곳에 이주시켰지만 월 분배(월·년 단위로 주는 배급) 미(未)공급으로 농장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북 은덕군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2호 정치범수용소가 없어지고 생긴 농장에 이주해 살던 주민들이 월마다 주던 분배가 4월부터 중단돼 새별군, 은덕군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또한 수용소 수인들이 이송되면서 자신들이 이용하던 알곡 가공기계 등의 시설과 설비들을 파괴해 농장원들이 농사 짓기 최악의 조건이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파괴된 설비 중에서 쓸 만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 “기존 수용소에서 사용하던 설비와 기계는 일반 사회에서 사용하던 것과 달라 이주한 농장원들이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씨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해 6월 최종적으로 22호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하고 은덕군과 새별군의 농장원들을 이주시켜 농사를 짓게 했다. 당국은 당시 농장원들에게 가족 수에 맞춰 정량 분배를 주겠다며 이주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주된 농장원들은 각종 편의·봉사시설 부족과 거주 환경이 열악해 농장원 하나둘씩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는 “열악한 농장 시설에 농장원들의 불만이 많은 데다가 4월부터 배급마저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농장 관리원들이 이주를 막기도 했지만 배급이 중단되면서 농장원들이 눈치도 안 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농장원들이 빠져 나가면 농장 자체가 운영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령수용소에서 농장원을 하다 고향 은덕군으로 이주한 이 모 씨는 “회령수용소를 폐쇄하고 조성한 농장에서 현재 농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건물 등을 허문 지역에 출입이 제한돼 농사일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허문 건물 주변에는 실험용 유리병 조각들도 있고 현재도 매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정상적인 농장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회령 소식통도 “농장원들이 최근 대거 이주해 행영리(회령수용소 지역) 지역의 일손이 부족해졌다”면서 “위(당국)에서는 정량 분배를 준다며 주민들 이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제대로 된 시설도 없이 죄인들이 살던 산골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회령수용소 해체와 관련 “지난해 원수님(김정은)이 회령수용소가 위치한 행영리를 제 2의 회령시로 꾸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려, ‘6·28돌격대’가 농장 건설을 위해 들어 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건설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부들에겐 수용소 관리인들이 살던 큰 단독주택 제공됐지만 농장원들에겐 수인들이 살던 6, 7평의 하모니카 모양의 주택(1동 5세대)이 배정돼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일리NK는 지난해 9월 회령 22호 수용소가 관리소장과 간부 1명이 중국으로 탈북해 북한 당국이 해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북한인권 문제의 상징처럼 주목 받아온 ‘정치범수용소’의 실체가 외부사회에 유출될 것을 두려워한 북한 당국의 고육책(苦肉策)이라고 분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