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시 黨간부들 애타는 마음, 김정일이 알아줄까?

▲ 변화된 회령역 주변의 모습. 올 12월(좌)과 지난해 10월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지붕이 파란색 페인트로 새롭게 도색되어 있고 3층짜리 건물이 새로 올라가고 있다 ⓒ데일리Nk

24일 김정숙(김일성 생모) 탄생 90주년을 맞아 고향 회령시는 당, 행정 조직이 총 동원돼 연일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숙 생일 90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김정일 방문설이 끊이질 않았고, 최근에는 동생 김경희가 회령을 찾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김정숙의 생일을 하루 앞둔 23일에도 김정일의 회령 방문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회령시에서는 18일부터 회령시 소년단원들의 문예공연, 회령시 여맹 조직원 3천명이 참가하는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연일 이어졌다.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 박순희를 비롯한 중앙당 인사들과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박수길 등을 앞세운 함경북도 책임 간부들이 18일부터 회령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내부 소식통은 “김정숙 탄생 90주년 기념행사는 올해 1월부터 회령시 당위원회와 회령시 여맹 조직의 주도로 준비되어 왔다”며 “시(市)당에서는 ‘장군님을 회령으로 모시자!’는 구호를 앞세워 올해 1년 동안 ‘어머니(김정숙을 지칭) 고향’을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고 설명했다.

▲ 두만강변에 있는 김정숙 기념비 ⓒ데일리NK

회령시 당 조직들은 회령이 ‘어머니(김정숙)의 고향’이지만 김정일의 공식적인 현지 지도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올해는 탄생 90주년이 되는 ‘정주년(국가의 기념일을 10년 단위로 성대하게 치루는 북한의 관습)’인 만큼 어느 때 보다 김정일의 방문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회령시 당 관계자들이 김정일의 회령 방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회령에 대해 김정일과 중앙당이 갖고 있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정일은 올해 2월 함경북도 청진 현지지도 과정에서 “함경북도 땅에 들어서면 (중국의) 썩은 냄새가 진동해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국경통제에 무능한 함경북도 당 간부들을 공개 비난한 바 있다. 김정일은 이후 8월 초 함경북도 청진시와 김책시 공장을 잠시 들른 바 있다.

김정일이 24일 전격적으로 회령을 찾는다면 회령을 위시한 국경 지방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졌음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회령시는 ‘비사회주의 그루빠’로 불리는 중앙당 직할 검열단이 수시로 파견될 정도로 탈북 사태가 빈발하고 중국과의 불법적인 접촉이 잦은 지역이다.

회령시 당 간부들이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기대하는 이유에는 ‘장군님의 선물’, ‘장군님의 배려’라는 명목으로 주어지는 각종 혜택도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현지지도는 ‘모범지역에 대한 표창’의 의미도 적지 않다.

이달 7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대해 ‘독특한 영도방식’이라고 설명하며 “현지지도 단위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강성대국 건설구상 실현에서 훌륭한 경험을 창조한 단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일이 다녀간 지역은 일시적이나마 김정일 이름으로 현금지원, 에너지 및 식량에 대한 특별 혜택이 주어진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회령시 당 간부들이 ‘어머니의 고향’이라는 지역 프리미엄을 이용해 낙후된 경제 형편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해왔다.

끝으로 현지지도 과정에서 김정일의 눈에 띈 간부들은 출세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령시는 탈북 사태가 빈발하고 외색 사상에 노출돼 당 간부들이 오기 꺼리는 곳 중에 하나이다. 사고만 없이 임기를 보내면 다행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회령시는 김정일 방문을 대비해 대대적인 도로건설 및 건물 보수·미화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부터 회령시 도시건설대와 함경북도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조직된 ‘청년돌격대’가 도시미화 사업에 투입됐다. 주민들에게는 1가구당 25장의 시멘트 벽돌 헌납이 할당 되었다. 회령 역, 회령 시장, 남문 시장 일대에는 이미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시내 주요 건물들은 일률적으로 파란색 페인트로 지붕을 색칠했다.

회령시는 올해 김정숙 생일을 맞아 ‘회령을 깨끗이 하라’는 지침을 하달 받고 두만강 국경을 통한 탈북, 밀수, 전화통화 등을 차단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회령의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회령에서 중국제 휴대전화 소지 죄목으로 320여 명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중국에 조선 공민을 팔아먹었다”는 죄목으로 남성 2인, 여성 2인이 공개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당 기관의 이러한 각별한 관심과 달리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숙 생일맞이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내부소식통은 “요즘 노인들이 ‘60년 넘게 회령에 살면서 이렇게 (백성들을)못살게 구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 한다”며 “아무리 회령이 어머니 고향이라고 하더라도 장군님이 뭐 볼 것이 있다고 여기까지 오겠냐며 푸념을 한다”고 전했다.

한편, 24일 오전 10시에 회령시 모든 당 조직과 주민들이 참가하는 추모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것으로 김정숙 생일 관련 행사는 대부분 마무리 된다. 주민들은 이 행사를 끝으로 당 기관의 각종 검열과 통제가 풀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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