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일방적 연기…남북관계 영향 없을듯

북측이 이달 28∼31일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연기하겠다고 11일 통보해 오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북관계에 별 영향이 없고 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북측이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연기 이유로 들었고 무기한 미룬 게 아니라 연기시기를 정해서 통보해 왔다는 점을 배경으로 한다.

북측은 한미군사연습을 이유로 남북회담은 물론 6자회담까지 미룬 전력이 있다.

더욱이 북측은 지난해 12월 제17차 장관급회담 때 2006년에 없애야 할 이른바 `3대 장벽’ 가운데 하나로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지난 달 8일 대남조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RSOI 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장관급회담 연기사례로는 군사연습을 이유로 든 적은 없지만 우리측 경계태세를 문제삼은 경우가 두 차례나 있다.

2001년 10월로 잡혀 있던 6차 장관급회담 때는 9.11 테러 관련 경계태세를 거론하며 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 바꿀 것을 요구, 다음 달로 연기됐고 2003년 4월 10차 때도 이라크전 관련 경계태세를 빌미로 20일 연기됐다.

이 때문에 정부도 RSOI연습이 장관급회담 시기와 겹치는 25∼31일에 실시되는 만큼 북측의 연기 통보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

통일부가 연초에 RSOI연습의 시기를 장관급회담을 피해 조정할 수 있는지를 국방부에 타진했다는 점은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북측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해 온 게 아니라 바로 다음 달인 `4월의 적당한 날’로 연기 시기를 못박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관급회담이 미뤄진 것은 4∼6차와 10차, 15차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6차례나 되지만 연기 시기를 구체적으로 담아 통보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연기 통보가 이번처럼 일찌감치 이뤄진 경우도 드물다. 유엔사가 훈련 개최 사실을 10일 전통문으로 공식적으로 전한 데 대해 북측이 하루 만에 회담 연기 사실을 통보해 온 것이다.

2001년 5차 회담 때는 회담 당일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통보는 한미군사연습이 이뤄지고 있을 때 장관급회담을 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과 내부적 부담에 따라 관성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종전보다 긍정적인 대목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뒤집어 보면 북측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북측도 대화가 장기간 중단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실제로 남북이 지난 해 7월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0차 회의에서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는 북측이 남북관계에서 `올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안이다.

북측이 올 들어 처음 제안한 회담이 경공업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경협위 실무접촉이었다는 점은 북측의 급박한 사정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매년 우리측으로부터 받는 쌀 차관 문제도 협의해야 하고 비료 30만t을 추가로받는 문제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이 지난 해 9월 마카오 소재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목하고 위폐공방에 휘말리면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북측 입장에서는 남북대화를 장기간 피할 여력도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호흡을 길게 하면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