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올스톱에 제재 드라이브..정부 묘책은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 강공책과 미일 양국의 대북 제재 드라이브 사이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묘수를 내놓을까.

정부는 지난 19일 안보관계장관회의 이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고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에 대해서는 과도한 해석이나 적용에 반대한다는 골격의 기본 입장을 정했지만 세부 대책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

정부 당국자들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다 감안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핵심 변수는 북한과 미국 등 유관국의 움직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을 합작한 여세를 몰아 제재와 압박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북한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 정부 당국자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북한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조치가 우리측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얽힌 게 많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북한은 지난 13일 제19차 장관급회담을 조기에 끝내자고 치고 나온 데 이어 19일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상봉 중단의 후속조치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현장인력에 대해서도 사실상 추방을 통보했다. 21일에는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상주하던 북측 인원 9명 가운데 당국 소속인 3∼4명을 철수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이렇듯 우리 정부는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과 제재 일변도의 미-일 진영의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섣부른 움직임은 화를 자초할 수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카드를 꺼내들기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어려움은 우선 대화의 원칙을 관철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있어 보인다.

심지어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으면서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이 벌써부터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반도 문제를 푸는 대화체 가운데 남북대화는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고 6자회담은 북한을 뺀 5자회담이 될 공산이 커졌다.

남북은 7월 중 개성에서 각각 갖기로 했던 `자연재해 방지 실무접촉’과 `제 3국 공동진출 실무접촉’의 일정을 잡기 위한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고 20∼21일 베이징올림픽 단일팀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려던 제3차 남북체육회담도 일단 무산됐다.

사실상 남북회담이 `올스톱’ 상황인 셈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20일 “대화는 당분간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악화된 대북 여론으로 대화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대화 기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특사를 보내서라도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부는 제재 조치 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쌀.비료 카드를 이미 오픈한 상태다.

지난 5일 미사일 발사에 따라 독자적으로 취한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쌀 차관 제공 논의를 유보한 이 카드는 이산가족 상봉 중단 같은 `보복’조치와 대화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앞으로 대화를 여는 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의 곡창지대가 최근 장맛비로 치명타를 입은 것도 상황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관심은 추가 조치에 집중돼 있다. 남북이 쌀과 이산가족으로 1차 공방을 벌인데 이어 어느 한 쪽이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반작용이 꼬리를 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추가 조치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제재 동참 압력이나 추가 조치를 통한 압력으로 북한을 옥죄야 한다는 일부 국내 여론은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지만 정부는 과도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가 조치의 대상으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북한에는 달러박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3대 경협의 두 축이자 민간기업의 사업장이 허물어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남북 모두에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가 극단적인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쉽게 카드화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조치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먼저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경우 주요 수입원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본류가 아닌 지엽적인 문제를 건드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예컨대 개성공단의 생산활동과 금강산 관광객은 계속 허용하되, 우리측 당국자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점차 간소화되고 있는 통행 절차를 과거로 되돌리는 식의 지엽적이고 신경질적인 조치로 우리 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실제 북측이 21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상주하던 북측 인원 중 당국 소속인 3∼4명을 철수시키겠다고 통보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구도 탓에 정부의 대책도 시나리오에 따라 짜여지기 보다는 주변국의 움직임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인 형태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대책은 평양에서 열리는 8.15공동행사에 당국 대표단을 파견할 지 여부를 결정할 때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남북 민간에서는 다음달 8일께 금강산에서 8.15공동행사의 세부계획을 놓고 조율할 예정인 만큼 정부로서는 그 시기까지는 입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조대로라면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파견해야겠지만 북한의 추가 조치 여부나 안팎의 압력, 북한의 수용 여부 등을 저울질한 뒤 방북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근 북한의 강경 조치 배경에 군부가 있을 것이라는 점과 미사일 문제의 성격을 감안, 장성급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해 정면 돌파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