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무용론’ 부상 배경과 전망

지난 18일 시작된 5차 2단계 6자회담이 22일 오전 현재 뚜렷한 합의없이 마무리될 위기를 맞으면서 ‘6자회담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6자회담 무용론은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제기되고있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2일 오전 숙소를 나가면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 과정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 외교관답지 않는 단정적인 어투로 북한의 협상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했던 힐 차관보는 이어 “우리가 그 목적(비핵화)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 지를 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도 강력한 경고음이 나왔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외교 트랙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6자회담 진행방식과 그 효율성에 대한 미국측의 강한 불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본의 분위기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 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6자회담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의견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핵심 당국자들이 이처럼 약속이나 한 듯 회담 무용론과 연결되는 발언을 제기한 것과 관련, 회담 소식통들은 일단 북한에 대한 압박을 목표로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비록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당장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회담을 그만두자는 것이 미·일의 진짜 속내는 아닐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13개월 만에 만나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는 게 중평이다.

따라서 북한이 당초 예상한 회담 종료 시점인 21일까지 BDA(방코델타아시아)에 집착함으로써 실질적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한 만큼 회담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르는 이날 북한의 입장 변화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던진 카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북한이 5일간 같은 레퍼토리를 되풀이 했지만 마지막까지 숨기고 있는 카드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입장에서는 북한이 지연전술로 상응조치의 수준을 높여 놓은 뒤 BDA 카드를 슬쩍 옆으로 치우고 본 카드를 꺼낼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 기조 아래 카드가 있다면 빨리 꺼내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회담이 끝내 성과없이 끝났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전적으로 북한에 돌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회담이 성과없이 마무리될 수 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 하에 18일 회담 개최를 제안한 중국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끝날 텐데 왜 회담을 조기에 소집했느냐’는 시각인 셈이다.

애초 미국은 조기 핵폐기 이행방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 협의 및 검토를 거친 뒤 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이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지난 달 28~29일 힐 차관보를 베이징(北京)으로 파견, 김계관 부상에게 ‘조지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하며 이행조치 및 상응조치의 패키지 제안을 던진 상태였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자국의 제안에 명시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하는 것을 다소 우려했지만 의장국 중국이 회담을 갖자는데 굳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 이번에 다시 베이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담이 성과없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미국은 중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한편 중국이 다음 회담에 앞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일각에서는 ‘워싱턴 수뇌부의 뜻’임을 강조하며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북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워싱턴이 실망, 강성 발언으로 표출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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