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결렬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 몫

▲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

북한의 상투적인 회담 전술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공동합의문 거부로 4차 6자회담이 결국 휴회되었다. 과거 북한의 협상관례로 보면 회의 도중 퇴장하거나, 불참, 말 뒤집기 등을 해왔다. 이번에는 ‘계속 버티기’다.

이같은 북한의 협상전술과 관련,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 들은 말이 생각난다.

김정일은 “자주성은 외교활동에서 원칙”이라고 했다. 말은 그럴 듯하다. ‘자주성’을 지키자는 데 이견이 있겠는가? 그러나 김정일의 ‘외교에서의 자주성’은 상대방이야 뭐라 하건 무조건 자기 목적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법인데, 김정일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북한식 ‘자주 외교’다.

북한은 ‘자주 외교’를 외치며 무수히 많은 국제질서와 관례를 깨뜨렸다. 김정일은 외교 일꾼들에게 “동무들은 적 후방에 들어가 싸우는 혁명전사”라는 칭호를 준다. 군대는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운다면, 외교일꾼은 수령에 대한 높은 충성심, 능란한 임기웅변술, 지식을 가지고 국제무대에서 적들과 싸우는 전사라는 것이다.

회담결렬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 몫

5일자 <노동신문>은 ‘자주성옹호는 공정한 국제질서 수립과 세계평화 보장의 근본요구’ 제하의 글에서 ‘불신과 대립은 자주성의 원칙에서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때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6자 회담이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될 경우 그 짐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짊어진다. 김정일은 주민들의 생활이야 어떻든 군대를 강화하고 주민 감시체체를 강화하면 체제유지는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신문>과 중앙TV 등 선전매체들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다’ ‘혁명의 수뇌부를 헐뜯는다’고 선전한다.

당과 군대의 선전수단들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압살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는 이상 우리는 회담장에 마주설 필요가 없다’고 주민들에게 ‘민족 자존심’을 부추긴다. 그러면 외부사정을 모르는 주민들은 그저 ‘미국은 무조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한편 당국은 주민들에게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강조한다. 국제사회의 경제봉쇄를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김정일(혁명의 수뇌부)을 중심으로 무조건 똘똘 뭉치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내심 개혁개방을 원하는 주민들은 회담을 파탄시킨 장본인이 미국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회담이 성공될 경우 모든 성과는 고스란히 김정일에게 돌아가고, 회담이 실패할 경우 그 짐은 모두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