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특별기고① “한반도의 미래”

북한문제의 해결에서는 외교적 방법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한을 전쟁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준비해 온 군사적 능력을 볼 때 대단히 어렵다. 북한의 경우는 이라크의 경우와 전혀 다르다. 핵무기, 그것도 수소폭탄을 쓰지 않는다면 전쟁으로 북한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 북한을 잿더미로 만들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전쟁에서 이기고도 도덕적으로는 패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무력은 북한이 무력을 쓰지 못하도록 견제를 하기 위해 혹은 김정일 정권이 무력도발로 발악을 해올 때 쓰는 견제용일 뿐이다. 실제로 무력을 쓰지 않고도, 무력을 쓰는 비용의 절반만 쓴다면 북한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 내부 와해전략을 통해서도 북한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무력을 통해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김정일 독재집단이 무력으로 도발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정권, 후방없는 군대

지금의 북한독재정권은 군사독재정권이다. 김정일은 국가원수의 칭호를 ‘국방위원장’으로 고치고, 지도이념도 선군사상으로 바꾸었으며, 인민은 굶겨죽이면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김정일은 “사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무력을 공격수단 이전에 ‘생존수단’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독재의 마지막 단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김정일 독재집단은 후방이 없는 군대와 같다.

옛날에 로마의 화비우스는 명장 한니발과의 대결에서 ‘한니발이 전쟁을 생존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전쟁을 안 하면 그는 망한다’라는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2300년 전에 이미 사태의 본질을 보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한니발은 전쟁의 명수로서 전쟁을 통해 식량, 무기, 병사를 모두 획득했다. 당시 한니발에게는 전쟁이 생존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에 화비우스는 일 년만 참으면 한니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의 용감한 로마인들은 이러한 정확한 화비우스의 판단을 용기 없는 자라고 비난했다.

전쟁의 방법, 전략의 기본원칙에 안맞아

그러나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김정일 정권과의 공존과 협력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해 미국은 군사적 압력, 경제적 압력을 가할 필요도 없다. 단지 무력도발을 시도할 때에는 철저히 궤멸시킨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전쟁을 못하게만 하면 된다. 평화적 경쟁을 통해 우리 편이 경제, 정치, 문화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해지면 적은 망하게 된다. 이는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법이다.

현재 김정일 독재집단의 강점은 군사력이고, 약점은 후방에, 즉 열악한 경제와 문화에 있다. 군국주의의 치명적 약점은 후방이 약한 것이다. 무력에 비해 후방이 약하다는 것은 몸은 약한데 손에 든 무기만 크고 무겁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독재자들은 후방을 희생시켜 군사력을 엄청난 규모로 강화했다. 무력이 강화될수록 후방의 부담은 더 커지며 후방의 부담이 더 커질수록 후방은 더욱 약화되게 마련이다. 북한은 수백만의 주민들이 굶어죽었으며 지금도 주민들이 기아와 빈궁에 신음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후방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북한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북한문제 해결에 전쟁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전략적인 일반적 원칙에도, 북한의 현실에도 맞지 않다.

북-중 동맹 단절, 김정일은 뿌리 없는 나무 신세

북한문제 해결에서 외교적 방법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내는 일이다. 북한은 많은 양의 식량과 원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와 생산기자재를 공식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보다도 비할 바 없이 더 큰 것은 정치적 지원이다. 중국이 동맹국가로서 북한의 존재를 변함없이 인정하고 북한의 국제적 지위와 이해관계를 확고히 지지해준다는 것은 북한의 생명선이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6․25 전쟁 때부터 생사운명을 같이 하며 중국과의 동맹의 위력을 체험하여 온 북한 사람들에게는 중국이야말로 자기들의 불패의 후방이며 중국과의 동맹이야말로 자기들의 생명선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신념화되어 있다. 중국과의 동맹의 파탄은 곧 북한을 뿌리와 단절된 나무 신세로 만드는 것이며 북한체제에 대한 사망선고로 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람들은 북한도 개혁개방할 것을 절실히 요구했다. 그들은 함께 개혁개방을 해나가면서 양국의 동맹을 강화하여 자본주의 세계와 대립하면서 사회주의를 끝까지 건설해나가자고 권유했다.

中, 대북제재 반대할 것

중국은 결코 사회주의를 버린 적이 없다. 중국은 소련이 망한 이유를 경제를 무시한 데서 찾았다. 중국은 이로부터 통제경제, 계획경제 대신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수령제도를 폐지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로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개혁개방은 곧 자기 자신의 지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5년 동안 이룩한 중국의 천지개벽의 변화를 눈앞에서 보고 있지만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요구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중국의 간부들은 모두 이러한 독재자 김정일을 싫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 입장에서 김정일 정권이 사라진다는 것은 미국의 세력이 압록강까지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중국은 핵무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에 군사적 압력이나 경제적 제제를 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6자 회담에서든 유엔안보리에서든 북한에 대한 압력이나 제재를 동일하게 반대할 것이다.

미국의 원칙과 전략

미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나라이며 세계적으로 선진국이다. 세계를 민주화하는 데 미국은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는 아직 미국의 국익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정치세력이 남아 있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역할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근본이익은 세계를 민주화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미국의 국가적 이익과 세계민주화를 요구하는 인류 공동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사회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민주주의적 원칙에 기초하여 민족적 차별과 인종적 차별을 다 극복한 합중국을 실현했다는 데 있다. 세계를 민주화한다는 것도 본질상 세계를 민주주의 합중국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세계적인 민주주의 합중국의 모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의 목적이 마치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미국이 독점하려는 데 있는 것처럼 분석하고 있다. 일부 미국 사람들까지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세계 민주화 시대와는 인연이 없는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는 불필요

지난 시기 미국은 소련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실시했다. 그것은 미국을 방어하는 데 필요했다고 볼 수 있으며 냉전 시기는 아직 세계 민주화 시기 이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지금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실시한다면 어리석고 부질없는 것으로 될 것이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불필요하다. 그것은 다만 세계민주화를 촉진하는 데 이바지하는 한도에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 해결에서 미국은 국가적인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익이란 있을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일이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미국을 공격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에는 미국이 탐할만한 아무런 자원도 없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의 목적은 북한을 민주화하는 데 있으며, 이 문제 해결에서 중국과 민주주의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중국의 민주화와 세계민주화를 촉진하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이러한 세계민주화의 입장에서 미국이 북한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은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 우선은 북한을 중국식으로 개혁개방 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황장엽 특별기고 ②는 내일(5. 12.)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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