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세계 지성인에게 드리는 편지

9. 11 테러와 김정일 정권 핵무기

이러한 잘못된 시대의 흐름에 대해, 역사는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두 가지 비정상적인 사건을 통해 커다란 경고를 주었습니다.

첫째는 2001년 알 카에다 테러집단의 9․11테러입니다. 사실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테러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이 역사적으로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징벌을 넘어서 역사적 뿌리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데, 이러한 연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소련식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상황에서 소련식 사회주의 체제를 개악하여 멸망에 직면한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고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남한 땅에서 친북반미세력이 장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남북차관급회담

한국의 기적적인 발전이 미국과의 동맹에 기초해서 이루어졌고 따라서 가장 미국과의 동맹에 충실해야 할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친북반미 세력이 급속하게 장성했습니다.

이는 단지 한국의 차원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 범위에서 보아도 비정상적인 역사적 상황입니다. 일부에서는 대북포용정책의 결과 북한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남한이 반미친북적으로 되면서 오히려 반민주주의적으로 변화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의 역사적 뿌리 역시 심각하게 연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식인들은 마치 민주주의 발전이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비정상적 상황들을 강 건너 불 보듯이 하면서 우여곡절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자우환(識字憂患)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과 같이 생각한다면, 인류역사에서 우여곡절이 아닌 사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류 역사가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번영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2차 세계대전이나 냉전도 모두가 우여곡절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상황에 대처하여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초연한 척 하면서 대책을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는 것은 실생활과 떨어진 지식인들의 좋지 못한 근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 인류의 마지막 반독재 투쟁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대두했던 독재세력은 본질상 민족이기주의 세력, 민족주의의 탈을 쓴 개인이기주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자기 민족이 가장 우월하여 인류를 대표한다는 그릇된 신념 하에 인류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다음에 등장한 독재세력인 소련은 노동계급이 가장 선진적인 계급으로서 사회를 대표하고, 나아가 인류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의 공산주의화를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계급이기주의에 기초한 독재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등장한 독재세력도 이와 꼭 같은 독재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공통성과 함께 차이성이 존재합니다. 역사가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통일인 만큼 오늘날의 독재세력은 과거의 독재세력과 공통성과 함께 차이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제무대에 대두하고 있는 반민주 독재세력의 기본특징은 국가주권의 불가침성의 기치를 들고 자기들의 독재체제를 옹호하고 민주주의의 세계화, 세계의 민주주의화를 반대하는 것이 기본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반민주 독재세력들은 온갖 형태의 이기주의를 국가본위주의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국가본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은 인류사회가 민주주의를 개선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입니다. 이 마지막 투쟁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주체는 전 인류라고 할 수 있으며, 영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세력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입니다.

오늘날의 반독재투쟁이야말로 인류의 마지막 반독재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 민주화 기필코 완성해야

현 시대에서 세계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세계화를 민주주의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역사적 과제입니다. 세계화는 인간의 생활범위를 국가 단위에서 세계적 범위로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지막 고비인 국가본위주의를 극복하고 세계민주화를 완성하는 투쟁이 필요한 것입니다.

민족이기주의, 계급이기주의, 인종주의 등이 지배하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나라들이 독재세력에 속해 있으며, 그 나라들은 발전된 나라, 특히 이 시대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 카에다 테러집단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무언(無言)의 지지와 성원을 받으며 미국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 것입니다.

오늘날 반독재투쟁의 전략은 제2차 대전 시기의 반파시스트 투쟁전략이나 냉전 시기 소련사회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투쟁전략과 꼭 같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의 반독재 투쟁은 전 인류적 입장에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입장에서 독재를 반대하는 투쟁을 세계 민주화가 완성될 때까지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제민주주의 동맹 강화해야

이를 위해서는 이 투쟁의 주체적 역량을 이끌어나가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자체가 국가본위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국내적 투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먼저 전 세계적 범위에서 반독재투쟁을 진행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의 국제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독재투쟁의 기치를 들고 국제적인 민주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특히 세계 민주화의 선봉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미국은 이러한 투쟁이야말로 미래에도 계속 미국이 번영하고 발전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은 국익의 테두리를 넘어 세계 민주화를 위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하는 데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합니다.

오늘날 반독재 투쟁에서는 단순히 힘에 의거하지 말고 전 인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의명분을 세우는 데 큰 의의를 부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핵을 반대하는 투쟁에서도 인권문제를 내걸고 독재의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규탄하면서 전 인류의 도덕적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독재자들을 단지 굴복시키는 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전 인류적 입장에서 독재국가를 민주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독재국가들을 민주화한 후 그 국가들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끝까지 민주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라크에서도 후세인의 체포와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반독재 투쟁을 끝낼 것이 아니라 이라크가 민주화된 국가로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사상적인 각성을 통해 내부 와해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적 방침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북한을 민주화하는 방향에서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민주화, 세계 민주화의 모범될 것

우리가 세계화를 대립과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낼 것인가, 아니면 협력을 통해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갈림길이 바로 북한문제 해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모범을 창조한다면 세계 민주화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만일 북한문제 해결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게 된다면 이는 세계 민주화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미․중․일․러 4대국이 협력하고 한국이 4대국을 위한 중간고리가 될 수만 있다면, 이 세력은 세계 민주화에서 막강한 힘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은 세계 민주화의 최초의 모범으로 될 것이며, 세계 민주화 역사에서 일대 승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2005. 5. 27.

황장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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