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중 단절 한국주도로 가능”

▲ 제2회 한나라 포럼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강연 중인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북핵문제 해결은 미국과 중국의 대타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위원장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가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주최한 제2회 한나라 포럼에 참석, 북•중 동맹 해소를 통한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자신의 ‘북한 민주화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포럼에는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 박희태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소속 국회의원 10여 명과 한나라당 중앙위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서 황 위원장은 “김정일 정권이 제거된 다음 통일 이후에나 할 수 있는 소리”로 일축했다. 현재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도 어려운 상황에서 균형자론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황 위원장은 “북한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도입하게 되면 핵이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면서 “핵을 자신의 생명처럼 여기는 군국주의 정권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핵 폐기를 설득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문제도 결국 북한 민주화 과정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

황 위원장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을 김정일 정권과 단절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중국을 한•미•일 동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김정일 이후의 북한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런 미국의 행동에도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겠다고 나설 경우 대만과 일본을 통해 강한 압박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반드시 말이 아닌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한미일 동맹으로 끌어들여야

이러한 인식은 현재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압록강 근처까지 전진 배치되는 상황만 배제하면 중국은 김정일 정권에 연연하지 않고 북한 정권 교체를 용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황 위원장은 또한 북한 민주화를 위한 한국 주도론을 주장했다. 중국과 북한의 동맹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는 현실적 수단(안보•경제적 수단)은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는 바로 한국이라는 것.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는 그럴만한 의지와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황 위원장은 우려했다.

황 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경우 반(反)김정일 운동의 선두에는 군부가 설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지주, 자본가, 월남자 가족들이 소외 집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천대 받아와 기(의지)가 죽어서 일어나지 못한다”면서 “(김정일 정권에)가장 원한에 사무친 집단이자 무장력을 갖추고 조직화 돼 있는 집단이 바로 군대, 즉 하층 장교와 군인, 제대군인이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동맹 단절시 反김정일 선봉에는 군대가 설 것

▲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황 위원장은 “이들이 일어설 경우에는 어떤 수단으로도 막을 수 없다. 핵으로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청춘을 13년 동안 군대에 가둬놓고 제대 이후에도 탄광으로 보내 집단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 잔인한 인권유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6자회담 불참선언에 대해서도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주변국이 계속 김정일에게 매달리게 되면 몸값만 올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역할론과 관련, 황 위원장은 북중동맹 관계에서는 북한이 오히려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북한을 더 필요로 한다고 보기 때문에 김정일은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다는 것. 반대로 동맹을 끊을 경우 북한 정권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황 위원장은 주장했다.

“김정일, 핵개발 담당자에 표창 수여”

결국 6자회담에서든, 안보리에서든 중국이 북한에 기울어 있을 경우 핵문제 해결은 난망이라는 판단이다. 황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북한문제에 대한 대타협이 북한문제 해결의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대외정책위원회(노동당 총비서, 국제담당비서, 외무상, 통전부 담당) 회의와 군수공업담당 비서 전병호를 통해 알게 된 북한 핵 보유와 실험 실태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황 위원장은 북한 핵무기 보유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북한 지도부의 몇 가지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김정일이 북한 핵개발 성공에 따라 책임자에게 표창을 수여하겠다’는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또한 전병호 군수공업담당 비서가 ‘핵 무기고를 늘리기 위해 플루토늄을 구해 달라’고 당시 국제담당 비서인 자신에게 부탁한 일화를 전했다.

황 위원장에 의하면 북한은 지하 핵실험 바로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도 김정일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자 전병호 비서가 황 위원장에게 “왜 실험을 승인하지 않느냐”며 당시 국제정세에 관해 문의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96년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온 전병호 군수공업담당 비서가 직접 나에게 이제 플루토늄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파키스탄하고 우라늄 농축 핵무기 개발을 지원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고 말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이 96년부터 시작됐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추측을 사실로 확인했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한나라당 중앙위 관계자는 “황 위원장의 너무나도 간결하고 분명한 전략이 복잡한 한반도 난국을 풀어가는 데 많은 부분을 시사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김정일을 직접 만나서 그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지 새삼 알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