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시 유서 “평양에 돌아가 가족품에서…”

10일 사망한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장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져 있다. 갑작스런 사망 때문인지 아직 친필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황 위원장은 1997년 망명 당시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머물면서 아내 박승옥 씨에게 보내는 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작성한 이 유서를 자신의 회고록(2009년 재발간)에 공개했다.


이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망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심경이 담겨있다. 국내에 입국한 지 13년이 흘렀지만 황 위원장은 이 유서대로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그만큼 이 유서가 황 위원장의 삶에 대한 회한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의미다.


황 위원장은 부인에게 보내는 이 유서를 “내가 당신까지 속인 채 당신을 버리고 이곳에 와 보니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였고 나와 당신의 생명이 얼마나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라고 시작했다.


이어 “당신이 걱정하며 머리 숙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나처럼 인정 없는 사람도 막 미칠 것 같다”라며 “나는 나를 믿고 따르며 나에게 희망과 기대를 걸어온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배반하였소. 그들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욕하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하오. 가슴만 아플 뿐 사죄할 길이 없다”라며 가족에 대한 회한을 표현했다.


황 위원장은 “나는 이것으로 살 자격이 없고 내생애는 끝났다고 생각하오. 저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고. 저 세상에서라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라고 적었다.


이어 “만일 조선노동당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체제를 버리고 개혁 개방을 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한다면, 비록 그것이 나를 속이기 위한 술책이라 하더라도 나는 평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품속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황 위원장은 자신의 망명 결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한 이 아픈 가슴을 이겨내며 내가 얼마나 더 목숨을 부지할지는 알 수 없으나 여생은 오직 민족을 위하여 바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개인의 생명보다는 가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고 가족의 생명보다는 민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며 한민족의 생명보다는 전 인류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만 알아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황 위원장은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언제 목숨을 끊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서 삼아 적어두는 것이오”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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