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남북 청년학생에게 전합니다”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의 망명이 12일로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 그는 베이징에서 “사람이 굶어죽는데 무슨 사회주의냐?”라는 말로 망명 일성(一聲)을 알렸다. 그의 망명은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뇌수’가 빠져 나왔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졌다.

그가 한국으로 오기까지는 하나의 드라마였다. 북한당국은 중국에 체포조를 보내 베이징 한국 대사관으로 접근했고 중국은 군까지 동원하여 대사관을 에워쌌다. 그가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얼마 지나지 않아 덩샤오핑이 사망, 그의 한국행은 불투명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한국정부는 분단 이후 최고위직의 한국 망명을 성사시키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 필리핀을 거쳐 한국입국을 성공시켰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여 “나는 조국의 다른 한쪽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망명’이 아니라 ‘남행'(南行)이라는 용어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을 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수령독재에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을 구원하고 북한을 민주화하여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는 그의 전략과 의지는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을 개혁개방하여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대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나 97년 정권이 바뀌면서 햇볕정책이 출현, 그의 대전략은 정부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2000년 6월 남북정권 공조의 결과로 나온 6.15 공동선언 이후 그의 목소리는 정부로부터 차단됐다.

그는 진정한 남북화해와 남북교류는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 정부로 바뀐 다음에 비로소 가능하다고 역설해왔다. 수령절대주의 정권이 존속하는 한 북한의 개혁개방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지론이었다. 그의 지론은 10년이 지나는 동안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2000년 이후 마치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처럼 주변국을 속이면서 뒤로는 핵개발을 계속했다. 그 결과 북한은 드디어 핵실험국이 되었고 선군정치는 도리어 강화되었다.10년이 경과하는 동안 햇볕정책의 오류는 그대로 현실로 입증되었다. 이는 평생을 북한에서 살며 주요직책을 두루 거친 노학자의 혜안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망명 이후 그는 특히 청년학생들에게 올바른 대북관과 철학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 이같은 노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망명 10주년을 맞아 황위원장이 청년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

-북핵, 인권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청년학생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실체를 보는 것이다. 북한은 철저한 수령독재체제다. 북한은 김정일 개인의 소유이며, 김정일이 마음만 먹으며 못할 것이 없다. 김정일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핵개발로 평화를 위협하고, 체제에 불만을 보이는 인민들을 가차 없이 수용소에 보낸다.

1997년 중앙당 조직지도부 책임일꾼은 그 해에 200만 명이 굶어죽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하였다. (북한을 떠나왔기 때문에)1997년과 1998년의 아사자 수의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95년부터 도합 300만 이상의 주민들이 희생된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수백만의 인민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을 때도 김일성 우상화에 수 억달러의 돈을 낭비했다.

북한을 볼 때 김정일 정권과 인민들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인민들은 독재정권하에서 억압과 통제를 받고 있는 희생자다. 자기의 생각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통제받고 사는 북한 동포들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한다. 북한 동포들이 하루빨리 해방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김정일 정권의 만행을 알리는 역할을 청년학생들이 해야 한다.

-김정일 수령독재는 다른 후진국의 독재와 어떻게 다른가?

김정일 독재의 특징은 스탈린식 계급독재에 봉건가부장적 전제주의 독재를 접목시킨 것이다. 스탈린주의는 공산당과 노동계급이 있고서야 그것을 대표하는 수령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였지만, 김정일은 수령이 있고서야 공산당과 노동계급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정일은 수령을 모든 것의 출발점으로 보는 수령절대주의 이론을 창시하였다. 부모가 있고서야 자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봉건가부장적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김정일은 봉건가부장적 수령유일독재를 철저하게 실시함으로써 개인의 창조성과 자주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온 나라를 하나의 큰 감옥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경제가 전면적으로 파탄되고 대기근의 참상을 빚게 되었다.

또 김정일은 자신을 ‘독재의 천재’로 자신하게 되었으며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국제법도, 국제적 협약도 안중에 없고 자기 의사가 곧 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인권유린과 위조지폐, 마약판매, 외국인 납치는 독재자의 응당한 권한이며 핵확산금지조약을 폐기하는 것쯤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예사로운 일로 간주한다. 국제적 범죄행위도 독재자에게 부여된 특권으로 생각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 반미가 유행처럼 되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친북반미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0.1%만이라도 북한에 가서 북한청년들과 한께 노동하고 북한군대를 체험하면 그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다. 남한의 일부 학생들이 오직 김정일 세습집단의 말만 듣고 친북반미를 주장하고 있는데 불행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북한 독재집단은 어린 아이가 말을 배울 때부터 개인의 인권의식을 말살시키고 수령의 정신적 노예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남한 청년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수령(김일성 김정일)이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주의’로 규정하고 남한을 ‘식민지’라고 하면 북한주민들처럼 그대로 따라 믿는 정신적 노예나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친북반미 세력은 북한동포들을 인권유린으로 희생시키는 김정일 독재집단과 결국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김정일 독재집단이 과연 북한주민들을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대해주는지,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평가해야 한다.

-한총련 등 친북단체들은 계속 ‘민족공조’ ‘포용정책’을 강조하는데, 이런 주장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일부 사람들은 ‘민족공조가 중요하냐’ ‘한미공조가 중요하냐’라고 대비시켜 말하는데, 한심한 일이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족공조와 한미공조가 중요한 것이지, 민주주의를 떠난 민족공조나 한미공조는 중요하지 않다. 공조의 목표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냐, 아니냐로 봐야 한다. 지금 민족공조가 북한인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공조인가?

북한에 식량원조를 하는 것은 동포애적 차원에서나 통일전략 차원서나 옳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과 북한 동포들을 분리해서 보지 못하고, 지금의 남북관계를 민주주의와 독재간의 모순이라는 입장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식량지원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북한 동포들의 원수일 뿐 아니라 남북한 우리 민족의 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김정일 독재와 북한 동포들을 나누어 보지 않고서는 북한문제도, 민주주의 문제도, 통일문제도 논의하기 어렵다.

“핵무기보다 인권문제 먼저 거론해야”

지금 김정일 독재집단은 인터넷으로 남한의 청년학생들까지도 세뇌시키고 있다. 남한의 친북 학생들이 미국과 북한이 만약 전쟁을 하게 되면 북한 편에 서서 미군과 싸우겠다는 주장을 들었다. 엄중한 현실이다.

이들도 지금 북한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북한 통치집단은 탁아소, 유치원 시기부터 수령숭배를 위한 개인미신으로 교육해서 올바른 정신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군에 가서 10년 동안 수령을 위해 한목숨 바치며, 총과 폭탄이 되여 죽는 연습만 한다. 여기(남한)에서는 군복무 기간이 2년도 길다고 하지만, 북에서는 10년간 복무하고서도 고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탄광이나 광산에 보내 노동을 시키고, 심지어 집단 결혼까지 시킨다. 청년들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보나?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전쟁을 방지하고 전쟁을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김정일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면 막아야 한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국군을 강화하고, 안보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에 핵무기로 협박하는 김정일 집단의 비위를 맞춰서 북한 인권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권유린을 정권유지에 악용하는 것을 방조하는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 인권문제는 북한 내부, 외부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문제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인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

-북한 인권문제가 최근 몇년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는데, 북한문제 전반에서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인권문제가 세계적으로 크게 논의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은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북한은 인권이 말살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정책적 문제, 심지어 핵문제가 중요하다 해도. 먼저 인권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고 이 바탕 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옳다.

핵무기를 써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인데, 북한정권은 지금 주민들에게 핵무기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굶겨 죽이고 있다. 또 인권을 말살해서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핵문제만을 논의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이런 범죄행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인권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데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핵문제는 포괄적인 ‘북한문제’에서 비롯된다.

핵문제를 포함하여 북한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근본해결책은 김정일 독재집단을 제거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핵무기가 없으면 정권유지를 할 길이 없는 것이다.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자면 북한을 개혁개방 시켜야 한다. 북한이 중국식으로 개혁개방하면 수령독재는 없어지고 시장경제가 도입될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 하면 핵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개혁개방 해서 모두 잘 살자는데 핵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권고하는데도 김정일이 하지 않고 있다. 개혁개방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일이 알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고 개혁개방 시켜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든가, 핵을 가진 김정일에게 계속 원조를 갖다 바치면서 불안해 하면서 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무엇을 택해야 할지는 자명한 일 아닌가?

북한이 개혁개방을 안하고, 가능성도 낮아 보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관심이 없다. 6자회담은 북한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역할이 역시 중요한데,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나?

김정일 정권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과의 합의 없이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없다.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영향이 막강하다고 해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은 어렵다. 중국은 형식상 미국의 체면을 세워줄 뿐이지, 실질적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게 되면 북핵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중국식 개혁개방만이 북핵문제 해결”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국 역시 요구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보장하고, 중국과 적극적 협조를 해야 실질적인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고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협조을 요청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핵문제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흥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조건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현실적인 방도이다. 한국의 입장은 중국과 미국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국의 탈북자와 북한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 애국세력들은 북한 민주화 이전에 한국내 친북반미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문제에도 신경써야 한다.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한미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 탈북자들도 국내 민주역량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북한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다. 남한을 튼튼한 기지로 생각하고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에 비해 뒤떨어져 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해서 북한보다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일이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일 정권의 기만전술과 친북좌파 세력의 충동으로 남한 사람들 또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남북의 청년학생들은 우리 민족의 희망이고, 기존세대를 이어가는 새 세대다. 남북의 청년학생 세대는 한반도 전역에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더 나은 민족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시켜서 진정한 민족화해, 남북교류, 평화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 이 길에서 우리민족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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