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은 南여동생 성화에 ‘가거라 38선’ 열창한 北오빠

남북 이산가족들은 30일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외금강 호텔 옆 잔디광장에서 야외상봉을 진행했다.

남측 가족들은 잔디광장 앞 주차장에 미리 대기했다가 3시 40분께 버스 4대를 타고 온 북측 가족들과 만나 상봉장으로 들어섰다. 행사 지원단이 준비한 돗자리와 다과를 담은 종이봉투를 든 남과 북의 가족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측은 이날 상봉행사를 위해 돗자리 200개를 준비했고, 북측은 복숭아 탄산음료, 어린이과자, 코코아 사탕 등의 다과를 1인당 한 개꼴로 마련했다.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잔디광장에는 북한의 대중가요 ‘반갑습니다’가 울려 퍼졌다. 야외 상봉장 곳곳에서는 가족들이 박수치며 남과 북의 가요를 함께 부르는 등 소풍을 온 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상봉단 중 최고령자인 김유중(100) 할머니 가족은 잔디광장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휠체어를 탄 김 할머니를 북의 딸 리혜경(75) 씨와 아들인 도성(58) 씨가 함께 부축해 돗자리에 앉히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 주위로 둥그렇게 앉았다.

혜경 씨는 나이 드신 엄마가 마음에 걸린 듯 연신 눈물을 흘리며 김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혜경 씨가 젤리 하나를 꺼내 김 할머니 입에 넣어주며 “엄마 전에 젤리 좋아하셨죠”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김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혜경 씨에게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또 만나게 될 거야”라며 “그립다 만나니 더 반갑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봉자인 북측 전기봉(85) 씨는 남쪽의 딸 전향자(62) 씨와 외손녀, 외손녀 사위, 외증손녀 등 남쪽 가족들에게 “지금은 기쁘지만 내일은 기쁜 게 다 사리진다”며 “평생 오늘을 계속 추억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에 있든 북에 있든 (남북관계 진전이) 민심이다. 당국자들도 이를 거역할 수 없을 것”이라 했고 향자 씨는 “이제 다 한도 풀리는 것 같다.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윤부정(67) 씨는 야외상봉에서 오빠인 치원(79) 씨에게 “오빠 전쟁나기 전에 삼팔선 노래 잘 불렀잖아. 그거 좀 불러줘봐”라고 투정을 부리자 치원 씨는 못 이기는 듯 애절한 가락의 삼팔선 노래를 불렀다.

남쪽 여동생은 전쟁 중 늠름한 대학생이었던 오빠의 모습을 떠오르는 듯 구슬픈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상념에 잠겼다.

남쪽 아내 장정교(82) 씨가 휠체어를 타고 야외상봉장에 나타나자 북측 남편 로준현(81) 씨는 아내의 다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냐” “걸을 수 있는거냐”고 물었다.

백발이 다 된 남쪽 아내는 수줍게 웃으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그러면서 “(6·25전쟁 때) 전투에서 다리를 다쳤어”라며 남편의 왼쪽 무릎과 다리를 쓰다듬었다. 북쪽 남편과 남쪽 아내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상봉행사 내내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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