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난리를 겪은 신의주 시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내부 소식통이 “주민들이 ‘남조선에서 신의주에 식량과 물자 100억원 어치를 주겠다고 하는데 김정일 이 개××는 왜 안 받는 거냐’며 대놓고 욕을 한다”고 말한 사실이 국내언론을 통해 7일 보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조롱이나 욕설을 사용하다 발각될 경우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극형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김정일에 대해 욕설이 나오는 데는 없는 살림에 물난리까지 겹치자 사람들이 악에 받쳤기 때문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한 탈북자는 “김정일에 대한 불만 표출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은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염증과 불만이 극에 달해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비속어나 조롱투의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1990년대까지는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빗대 ‘장군님 전국 돌아다니시려면 애좀 쓰겠구만’이란 말로 점잖게 비꼬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김정일에 대한 직접적인 비속어 호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광범위하게 쓰인 것은 ‘그 치(그 사람)’라고 한다. 이 외에도 김일성을 향해서는 ‘큰 아바이’, 김정일에게는 ‘아바이’라는 표현도 쓴다. 또한 감정이 더욱 섞인 경우에는 ‘그 놈’ ‘그 친구’에 심하면 ‘배불뚝이’라는 표현까지 써왔다.
물론 이러한 표현은 소위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서로 통하는 사람’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지난해 실시한 화폐개혁 이후에는 이러한 조롱이 담긴 표현보다 ‘그 새X’ ‘개새X’ ‘그놈 새X’ 같은 직접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국내 입국한 한 탈북자는 “북한에 있을 때 내가 김정일을 비하하는 말을 하면 ‘그러지는 말자’ 하던 친구가 최근 통화에서는 ‘그놈(김정일) 새끼 때문에 못살겠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김정일이 화폐개혁해서 있는 재산 날리고 이번에는 당대표자회를 한다며 유동인구를 통제해 장삿길마저 어렵게 만든다면서 ‘그놈 새끼 보기 싫어서도 집 팔고 떠야지’라고 말한다”며 현지 민심을 전했다.
올해 국내 입국한 탈북자도 “올해 1월 국경도시에 숨어 있었다. 마을 입구에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선전구호판이 있는데 이를 지나치면서 곁에 있던 사람이 ‘저 새끼는 동(銅)20kg 메고 강 건너서 쌀 받아오는 내 심정 아나’라는 말을 해서 놀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구호판에 ‘장군 만세’ 말보다는 ‘쌀 나눠주는 김정일’이라면 사람들이 더 충성할 것이라고 아는 사람들끼리 비아냥 대는 것이 일상이다”고 말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민심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김정은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김대장, 청년대장’이라며 우상화에 나서자 사람들이 3대세습 낌새를 눈치채고 ‘어린놈이 뭘 안다고’라며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김정일에 대한 호칭은 일반적으로 ‘장군님’이란 표현을 사용하도록 돼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는 보통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21세기의 태양’ ‘선군영장’이란 수식어 뒤에 ‘김정일 동지’ ‘우리의 장군님’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