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이후 ‘북한 돈’ 저축하면 조롱거리”

북한 당국이 2년 전 화폐개혁을 단행한 표면적인 이유는 인플레이션 억제였다. 하지만 당국이 기대했던 효과는 현재 주민생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인민 경제만 더욱 곤궁해졌다.


실제 제한된 화폐교환을 통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본을 회수해 통화량을 줄이고 물가를 낮추려는 당국의 ‘시장 통제’ 정책은 불과 수개월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현재는 화폐개혁 이전보다 물가가 더 치솟았고, 시장 활동은 더욱 활성화됐다.


화폐개혁 직전 1달러에 3,800원선이었던 환율은 현재 4,500원선을 넘어섰다. 물가의 바로미터인 쌀값은 1kg에 2,200원선에서 4,000원을 넘어섰다. 각종 시장규제 정책과 검열에도 주민들의 시장 유입은 갈수록 늘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을 단속하는 법 일꾼들(보안원, 규찰대)조차 형식적인 단속에 그치고 있다. 붕괴된 국가배급망으로 이들의 가족들조차 장사를 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자본축적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화폐개혁 직후 외화사용을 금지해 내화(內貨)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려는 당국의 의도는 이어진 초인플레로 무너졌고, 내화 보유에 대한 불신만 양산했다.


당연히 외화(外貨)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졌다. 평안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조선 돈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젠 모든 사람들이 인민폐(중국 위안화)를 보유하려고 한다. 또한 물가도 인민폐로 정해지고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전역의 장마당에서는 거래량을 떠나 외화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의 경우엔 두부, 겨울철 땔나무까지도 위안화나 달러로 흥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선 달러나 위안화, 또는 금이나 현물로 자본을 축적하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평양 출신 한 탈북자(2011년 6월 탈북)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화폐개혁 당시 물건을 많이 사놓은 사람들은 피해가 적었지만 내화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혼란을 겪었다”고 말하면서 “주민들은 달러나 위안화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화폐개혁 이후)내화를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거리가 됐다”고도 했다.


시장을 통해 언제든지 교환이 가능한 물품을 저축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늘었다. 황해도 출신 탈북자(2011년 5월 탈북)는 “화폐개혁이 실패한 후 (돈이 아닌)물건이나 쌀을 (여유 재산으로)가지고 있게 됐다”고 전했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화폐개혁은 정권에 충성을 바쳐왔던 중산 계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교환액의 제한으로 축적했던 현금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한 순간에 경제기반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무주택자나 꽃제비 등의 증가하며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는 것도 화폐개혁의 후유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대규모 장사를 했던 사람들은 기존에 보유했던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화폐개혁 후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시장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조선 돈을 모았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고, 인민폐(중국 위안화)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1전도 손해를 보지 않아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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