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선물로 김치 먹기도 어려워졌다”

북한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함경북도, 양강도 등은 10월 말에 김장을 한다. 추위가 일찍 찾아와 남쪽의 황해도나 평안도 지역보다 김장을 하는 기간이 한 달 가량 빠른 것이다.



따라서 이맘 때 북쪽지방 가정주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김장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화폐개혁으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휴지조각이 됐는데 물가는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올라 당장 하루살이도 힘든 형편이다.



당장 김장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조금 형편이 나은 가정의 주부들도 생계를 위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면서 배추와 무, 마늘 등의 남새(채소)와 고춧가루, 소금 값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폭우로 농사 작황도 좋지 않아 갈수록 채소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 때문에 김장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7일 “김장준비를 하려고 장마당에 나갔더니 지난해보다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김장철이 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해 고추와 마늘, 소금, 맛내기(미원) 등을 미리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장마당이 북적였다”고 전했다.



이어 “예년에 비해 가격도 많이 올라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8월 폭우는 채소 작황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 때문에 배추와 무를 비롯해 고추 등의 가격도 오름세다. 고춧가루와 마늘 등은 예년에 비해 kg당 2000원 정도 올랐고, 배추와 무도 50~100원정도 올랐다.



최근 혜산 시장에서는 마늘은 1kg당 1만5000원, 고춧가루는 1kg당 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와 무, 소금은 각각 1kg에 250~400원, 150~250원, 500원이다. 450g 미원 한 봉지는 4300원, 멸치젓 1kg은 5000원이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겨울용 김치를 담근다고 할 때 배추 250kg, 무 150kg, 소금 30kg, 고춧가루 3kg, 마늘2kg, 미원 한 봉지(450g), 멸치젓 3kg정도가 소비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8만 원 이상이 든다.



최근 기업소 노동자 월급이 4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4년 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액수다. 장사를 하진 않는 가정은 아예 김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형편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장사를 하는 가정도 고춧가루 등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백김치를 많이 담근다.



비교적 생활이 안정된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고춧가루 등은 최대한 적게 사용한다. 또한 질보다 양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명절과 손님용으로 양념을 제대로 넣은 김치를 한 독 따로 담그기도 한다.



그나마 농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소토지 농사를 통해 김장에 필요한 채소 등을 마련하기 때문에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농작물을 내다 팔아서 다른 생필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월동준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에서는 김장하는 날이면 겨우내 먹을 ‘반년양식'(북한에서 김치를 이르는 말)을 마련한다고 해서 온 동네가 명절기분을 내며 서로 자기 집 김치를 맛보라며 나누는 풍습이 있다. 그러나 계속된 경제난으로 옛이야기가 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화폐개혁 선물로 김치조차 못 먹는 형편”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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