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北경제 어디로 이끌까

북한이 17년만에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 의 경제운용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100대 1′ 교환으로 전해진 이번 조치는 북한 주민들이 집안에 보관해온 이른바 `장롱화폐’를 양지로 끌어내 경제운용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고,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잡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큰 흐름만 보면 이번 화폐개혁은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개혁.개방을 선택한 베트남의 전례와 유사하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북한의 `7.1조치’와 유사한 임금 및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4년만인 1985년 `10대 1’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실제로 물가 현실화 이후 베트남을 강타한 인플레는 현재 북한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또 화폐개혁 이후에도 계속 물가가 잡히지 않고 경제운용도 순탄하지 않자 1989년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했다.


경제개방을 축으로 하는 일련의 개혁 조치에 힘입어 베트남은 현재의 주목받을 만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번 화폐개혁의 후속 조치로 북한당국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현재 의중과 상관없이 결국 북한 경제는 베트남처럼 가격 자유화를 통한 적극적 개방기조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연구위원은 “이번 화폐개혁 등 저간의 흐름을 볼 때 북한은 베트남의 경제개방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당국은 가격 자유화를 원치 않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실제로 7.1조치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먼저 도입한 중국과 베트남에 관료나 연수생들을 보내 선진 금융기법과 금융개혁 경험 등을 연구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에 이어 머지 않은 미래에 금융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폐개혁을 통해 목표로 삼은 재원을 확보하면 그 다음 단계로 금융기관을 설립해 공장, 기업소 등을 설립하는데 자본을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년 초 일반인과 기업소 등을 상대로 예금, 대부, 결제 등의 업무를 하는 상업은행을 만들었으나 자본금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운용자금을 마련하면 본격 가동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평화문제연구소의 장용석 연구실장은 “쫓겨난 박봉주 전 내각 총리는 농업은행, 공업은행 등 다양한 금융기관 설립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화폐 개혁 조치로 재정을 확충하고 그것이 금융개혁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화폐개혁이 북한경제의 퇴행을 가져와 결국 그 여파가 중간층 이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전격적으로 단행된데다 환전상한액까지 정해진 이번 화폐개혁 과정에서 돈을 바꾸지 못해 생기는 피해는 현금을 많이 쥐고 있는 시장 소상인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렇게 소상인 자본이 잠식되면 시장에 큰 충격파를 몰고와 결국 원활한 상품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 당국의 배급기능이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까지 망가지면 시장에서 생필품 등을 구해온 주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반 주민들도 화폐개혁 과정에서 돈을 제대로 바꾸지 못해 전반적인 구매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강제로 디플레이션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물가 하락 등의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제구조에서 화폐개혁은 시장기능을 억제해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이처럼 만성화된 재화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이미 북한 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내수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개혁으로 재화공급이 크게 위축될 경우 중국에 도움을 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영훈 연구위원은 “북한의 화폐개혁에 교환 한도가 있는지, 언제까지 이뤄지는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어쨌든 이번 조치는 북한 경제의 큰 변화 과정에서 한 부분이 불거진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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