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가 없어서”…WFP 대북 원조식량 운송중단

중국 철도당국이 북한에서 철도화차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세계식량계획(WFP)에서 북한에 지원하는 원조식량 운송을 중단시켰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 철도당국이 화차회수 지연을 문제삼아 철도운송을 일시 중단시킨 조치는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도 1년에 두어 차례 발생하는 일이라는 게 중국 단둥(丹東)에 있는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중 양국은 철도 의정서를 맺어 철도 교통을 관리하고 있다. 양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운행할 수 있는 화차를 별도로 번호까지 매겨 지정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으로 나갈 수 있도록 별도로 지정한 화차는 대략 250대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이동하는 화물의 양이 많은 만큼 북한으로 운행이 허가된 화차는 금방 소진되기 마련이고 여기에 북한에서 화차까지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철도를 통한 대북 화물수송은 사실상 마비상태가 되고 만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대북무역에 종사하고 있는 한 조선족 기업가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갈 화차가 없다고 화물운송을 중단시키면 얼마 뒤 북한에서 기관차가 빈 화차를 끌고 하루에도 수십 대가 단둥으로 넘어오곤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북한의 철도사정이 낙후돼 있어 한번 북한으로 들어간 화차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화차가 되돌아 오더라도 고물 화차로 바꿔치기돼 있거나 화차의 일부 부속품이 없어진 채로 돌아오는 경우, 심지어 분실되는 사례도 발생해 양국 간 갈등 소지가 돼왔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 철도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회수되지 않은 누적 화차의 수량은 1천800대에 이른다고 한다.

단둥 현지의 소식통들은 중국이 WFP의 대북원조식량 수송을 중단시켰다는 보도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화차 회수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한꺼번에 대규모 원조물자 수송에 필요한 많은 숫자의 화차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중 양국의 운행하고 있는 화차 1개의 수송능력은 58t. WFP에서 북한에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밀가루, 옥수수, 쌀 등 대북원조식량의 규모는 8천t 규모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140량 정도의 화차가 마련돼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중국은 그간 국제원조기구의 소규모 대북원조물자 수송에는 협조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WHO는 단둥세관의 협조를 아래 작년 9월과 올해 1월 각각 135t과 129t의 대북원조 의약품을 철도편으로 북한에 수송한 바 있다.

때문에 이들 소식통은 이같은 대규모 화물을 철도로 북한까지 이동시키려면 화차 회수에 드는 시간, 철교 및 철도 내구성 문제를 감안했을 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원조물자를 구매해 북한에 들여보낸 적이 있다는 한국인 무역업자 김모씨는 “화차 회수를 둘러싼 북중 양국의 갈등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면서 “10량이나 20량은 몰라도 당장 100량 이상의 화차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8월 단둥을 통해 철도편으로 북한에 수해지원 밀가루 240t을 보냈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한 관계자는 “화차가 제 때 회수되지 않아 밀가루를 싣고 나갈 화차 4량을 구하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 건설한 지 60년이 넘은 압록강철교의 내구성 문제와 북한의 철로 사정도 대규모 화물수송에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보통 기관차들이 60량 가까운 화차를 매달고 운행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지만 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기관차들은 보통 10량 정도의 화차를 끌고 다니는 게 고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량의 원조물자 수송을 위해서는 철도보다는 단둥의 다둥(大東)항에서 남포항을 연결하는 정기 화물선을 이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빠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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